농림·복지 장관 곧 경질될 듯 수석급 홍보특보 신설도 검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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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호 01면

청와대가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등 일부 각료에 대한 문책 인사를 이번주 중 단행할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李대통령, 이번주 국정쇄신안 발표

청와대는 이와 함께 정권 초반에 나타난 국정 운영상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청와대 조직을 정비하고 정무·홍보 등 일부 기능을 보강하는 개편을 할 예정이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날 “쇠고기 고시 발표 이후 이반된 민심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 관련 부처 장관의 경질이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면서 “시기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6월 3일) 전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쇠고기 협상 과정에서 영어 오역 등 실수가 있었고, 이후 대처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문제가 지적된 만큼 해당 부처 책임자인 정운천 장관과 김성이 장관 등이 경질 대상으로 꼽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가 예산을 모교에 기부한 사실이 드러나 교체가 함께 검토됐던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경우 과거 관행이라는 점과 취임 이후 조직을 잘 이끌고 있다는 평가 때문에 경질 여부가 아직 확실치 않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이와 함께 박미석 전 수석의 사퇴로 한 달 이상 공석 중인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의 후임자를 조만간 임명하면서 수석급 홍보기획특보(가칭)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일각에서 인사 검증 문제점 등에 따라 문책 대상으로 거론해 온 이종찬 민정수석 등 다른 수석 교체 문제는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하지만 청와대 쇄신 차원에서 기능 수행의 문제점이 발견된 홍보와 민정·정무 라인의 대폭적인 업무 조정 및 인력 강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국정 기획홍보와 대통령 이미지 관리, 연설 등을 맡게 될 홍보기획특보에는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박형준 전 의원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청와대는 정무기능 강화를 위해 기존 정무 1, 2 비서관과 별도로 정무기획비서관을 두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민정수석실 안에 인터넷 여론 파악을 전담하는 인력도 확충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장관 고시 이후 첫 주말인 31일 서울을 비롯해, 부산·대구·광주·전주·대전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가 열렸다.

서울과 부산·대구·대전 등에서는 시민들이 차로를 점거한 채 가두행진을 벌였으나, 별다른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이날 통합민주당은 송영길 의원 등 11명의 의원이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주최 규탄대회와 시청 앞 광장 촛불집회에 참석하며 장외공세를 시작했다. 민주당은 1일 서울과 광주를 시작으로 부산과 충청 등 권역별로 당원 규탄대회를 열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2일 의원총회를 열어 쇠고기 대책과 민생 안정 방안을 논의한 뒤 3일 강재섭 대표와 한승수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고위 당정협의를 연다. 이 자리에서 당은 쇠고기 안전 대책과 함께 경유 관련 세금 인하를 촉구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가 경유 관련 세금인하에 대해 ‘생계형 대상자들의 선별이 어렵다’며 부정적 입장이어서 난항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 3월 이미 유류세를 10% 내렸고, 경유에 대한 국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를 부채질할 수 있는 세금 인하가 논리에 맞지 않는다”면서도 “경유 관련 세금을 내려야 한다는 민심이 확고하다면 이제 정치적인 판단만 남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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