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100년 일본 … 해수면 38cm 높아져 137만 명 침수 피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서기 2100년의 일본.

여름철에 35도가 넘는 날이 급증해 열사병과 고온 스트레스로 사망하는 사람이 100년 전의 5배로 늘었다.

일본의 평균기온은 무려 4도 이상 높아졌기 때문이다. 뎅기열을 옮기는 모기의 분포 지역이 세계적으로 북상하면서 일본에서도 흰줄숲모기의 서식처가 도쿄·지바 등 수도권에서 동북지역·홋카이도까지 확산됐다. 대기 중에는 광화학스모그가 크게 늘어 두통이나 현기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갈수록 많아졌다. 해수면이 38㎝ 이상 높아져 많은 사람이 침수를 걱정하면서 살아가는 실정이다. 기후 변화로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아오모리·아키타(秋田)현 시라카미(白神)산지의 푸른 너도밤나무 군락은 이미 사라졌다. 주요 쌀 생산 지역도 점차 북상해 쌀 품종도 더위에 잘 견디는 것으로 개량되면서 일본인의 입맛도 달라졌다.

일본 환경성이 29일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이 자연환경과 건강·농업생산 등에 미칠 영향을 예측해 발표한 보고서(온난화 영향 예측 프로젝트)에 실린 일본의 변화 예상 시나리오다. 이 프로젝트에는 국립환경연구소와 이바라키(茨城)대·도호쿠(東北)대 등 14개 대학·연구소의 전문가 44명이 참여해 ^수자원 ^연안지역 ^삼림 ^농업 ^건강 등 5개 분야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컴퓨터를 동원해 화석연료와 재생 가능 에너지 이용 비율 등을 감안한 예측치다. 연구를 주도한 이바라키대 미무라 노부오(三村信夫)교수는 “강우량이 많고 국토의 70%가 산악지대인 일본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기 쉽다”며 “이번 보고서를 토대로 지구온난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상되는 자연재해=기온이 1990년 대비 2도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2030년 이후엔 태평양 연안과 산악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호우가 빈발하게 된다. 2030년의 연간 홍수피해액 규모는 지금보다 1조 엔(약 10조원)이 늘어난다. 태풍과 침수 피해도 증가하고, 해수면이 계속 높아져 지금의 치수시설로는 도쿄와 오사카(大阪)·이세(伊勢)만 일대의 대도시 지역 주민 52만 명이 침수 피해를 볼 전망이다. 2000년에 비해 기온이 4.8도, 해수면이 38㎝까지 오르는 2100년에는 침수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의 주민이 137만 명으로 늘어난다.

집중호우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후쿠오카(福岡)현의 경우 2050년의 연간 피해액 규모가 지금보다 70% 늘어난 600억 엔을 웃돈다. 해수면 상승과 잦은 집중호우로 지하 수위가 높아진 상태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지반이 파도치는 듯한 ‘액상화 현상’이 벌어져 피해가 한층 커진다.

반면 규슈(九州) 남부와 오키나와 지역에서는 강우량 감소로 물 부족이 예상된다. 설국(雪國)으로 유명한 니가타(新潟) 등 동북 지방에서는 눈이 점차 줄어 농업용수가 부족해지게 된다.

◇쌀 생산지 변화=2050년 쌀 생산량은 지금보다 홋카이도에서 26%, 동북 지방에서 13% 증가하는 반면 오사카 이하 긴키(近畿)·시코쿠(四國) 지방에서는 5% 감소한다. 2081~2100년에는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쌀 생산량이 급격히 줄고, 2060년께부터는 북부 지역의 쌀 생산량도 감소한다. 안정적인 식량 공급을 위해선 더위를 잘 이기는 품종으로 개량돼야 한다. 이미 나가사키(長崎)와 오이타(大分)현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품종개량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온 상승과 강수량 변화로 동북지방의 시라카미산지의 너도밤나무 군락을 비롯해 소나무숲이 90% 이상 사라지게 돼 송이 생산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적설량 감소와 기후가 건조해지면서 일본이 자랑하는 고산지대의 습지도 점차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된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