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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외교 정상궤도 이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미국외교가 최근 궤도를 벗어나고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16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에 불참했다.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도 APEC회의 일정을 단축,보스니아평화정상회담이 열리고있는 오하이오의 데이턴으로 갔다.
정부의 업무가 일시 중단된 상태에서,그리고 의회의 균형예산안이 언제 이송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외국을 간다는 것은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클린턴의 설명이다.크리스토퍼 장관은 APEC회의만큼이나 중요한 보스니아평 화정상회담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어 서둘러 데이턴으로 가지 않을 수 없었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보통사람이 아닌 미국대통령이 이미 짜여진 일정을 전면취소한다는 것이나 국제정치외교의 리더격인 미국의 대외정책책임자국무장관이 기존 일정을 취소한다는 것은 상대방에 보통 결례가 아니다. 클린턴은 국내 정치위기를 타개하려다 국제적 신망은 다잃은 셈이다.심지어 오하이오주 데이턴에 있는 라이트 패터슨미공군기지에서는 유고슬라비아.보스니아.크로아티아등 발칸 분쟁 3당사국 정상들이 벌써 2주째 「미군병영」속에 「갇히다시피 」한 상태에서 평화구축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외국원수 3명에 대한 「고교생 동계 워크숍」같은 정상회담의 「강요」는 약소국에 대한 미국의 지나친 오만과 무례라는 비판도있다. 내년도 대통령선거 때문에 연방정부 셧다운까지 불사한 클린턴정부의 「외교관행무시행위」가 바로 이같은 미국외교의 궤도탈선을 불러오고 있다.
워싱턴=진창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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