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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씨 구속사태-덮었던 수사기록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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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태우(盧泰愚)씨 부정축재 수사를 계기로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덮여있던 여러건의 검찰 수사파일(문서철)들이 빛을 내고 있다. 검찰 독립성 훼손의 부끄러운 기록이기도 한 이 파일들은앞으로의 수사과정에서도 중요한 방향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함승희파일=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수사철은 라면박스 13개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로 이번에 이현우(李賢雨)전경호실장을 구속시키는데 한몫을 톡톡히 했다.
당시 대검연구관이었던 함승희(咸承熙.현재 변호사)씨는 안영모(安永模)전행장으로부터 이원조(李源祚)전의원에게 2억3,000만원의 뇌물을 주었다는 진술을 받고 계좌확인까지 끝낸 것으로 알려졌으나 李씨는 무혐의 처리됐었다.
咸씨는 『당시 정.관계의 총체적인 부패고리를 확인했었다』며 『이원조씨 계좌에는 수백억원이 들어있었고 지난 14대 대선 직전 집중적으로 입출금 됐다』고 증언하고 있어 이 파일은 계속 뜨거운 「뇌관」으로 남아있다.
◇김성호파일=서울지검 특수3부장인 金검사가 대검중수부에 있을때인 94년 2월부터 5월까지 盧씨 비자금을 내사한데 이어 같은해 10월에는 안병화(安秉華)전한전사장 비리를 조사한 경력이있어 그의 수사파일도 관심을 끌고 있다.
金부장은 당시 이현우씨가 한전이 발주한 보령화학발전소 수주과정에서 뇌물 20억원을 받은 혐의를 밝혀냈다.
검찰은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이 사실을 덮었다가 이번에 칼을들이댄 것이다.
◇형사부파일=지난해 6월 盧씨 딸 소영씨 부부의 외화밀반출 혐의를 조사했던 서울지검 형사부는 이들이 미국은행에 분산예치한미화 19만2,000달러가 결혼축의금 등으로 받은 것이라며 무혐의처리했다.
그러나 소영씨 등에 대한 미국법원의 선고공판에서 돈의 출처가스위스은행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공안부파일=서울지검공안부는 93년6월 한양그룹의 종업원 임금체불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배종렬(裵鍾烈)전회장이 90~92년 4차례에 걸쳐 盧씨에게 200억원을 제공했다는 의외의 「소득」을 올렸으나 이 부분은 덮어버렸다.
裵씨는 거액의 임금체불및 120만 달러 해외도피 혐의등으로만구속기소돼 지난해 4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新파일 가능성=현재 수사중인 盧씨 부정축재 사건수사내용이 모두 공개되지 않으면 또다른 「안강민(중수부장)파일」이 생겨나새로운 의혹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수사에서도 검찰은 이원조.금진호씨의 뇌물수수사실을 밝혀냈으나 공개하지않다가 盧씨 영장발부판사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번 수사에서 조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각종 정치자금 수수내용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김석기.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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