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구속사태-정치권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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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치위기의 불사조(不死鳥)』『80년 이후 정치자금의 비밀증인』『비호받는 도피자』라 불리는 이원조(李源祚)전의원.그의 검찰소환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에 또다른 파고가 예상되고 있다.의원들 사이에선 『지진음이 들린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李씨는 5,6공 정권의 정치자금 조성에 깊이관여한 인물이다.그는 금진호(琴震鎬)의원.이용만(李龍萬)전재무장관등과 함께 92년 민자당의 대선자금 조성에도 큰 기여를 한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이런 공로 덕분인지 두차례 정치.사법적 그물을 피했다.
89년 5공 청산때 그에 대한 사법처리 얘기가 나왔으나 결국 우야무야됐다.현정부가 들어선 후인 93년 봄 그는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일본으로 몸 을 피하는데성공했다.당시 야당에서는 『대선공신인 그를 金대통령 정부가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에도 도피중이다.그런 그의 검찰수사가 임박한 것으로알려지자 정치권에는 예측못할 파장이 예상되는 것이다.현재 민자당은 겉으론 입을 꽉 닫고 있다.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은 간담회에서 『李씨 수사가 이뤄질 경우 대선자금 공방 이 수그러들지않겠느냐』는 질문에 『검찰수사에 대해선 묻지 말라』고 입을 닫았다. 그러나 여권에는 내심 곤혹스러움과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그것은 그에게서 6공 정치자금.92대선자금에 대한 어떤 사연이 나올 경우 비자금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갈 수있기 때문이다.한 의원은 익명으로 『李씨는 과거 정치 자금 비밀의 뇌관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그가 본격적인 검찰조사를 받는다면 그 자체로 정치권에는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야당은 과연 李씨의 소환이 이뤄질지 예의 주시하면서 이를 공세의 호재로 삼을 태세다.야당은 소환이 없을 경우 「현정권의은폐」로 추궁한다는 전략이다.
정치권에 미칠 파장은 李씨 수사의 내용에 따라 좌우될 것같다.그가 노태우(盧泰愚)씨 비자금의 제한적인 모금.전달이라는 혐의만 받으면 의외로 파장은 축소될 수 있다.혐의의 규모에 따라서 그는 사법처리를 면할 수도 있을 것이다.검찰에 서는 슬쩍 공소시효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그가 여권의 정권관리.승계를 위해 적극적으로 자금책의역할을 한 것으로 밝혀지면 여권에 쏟아지는 부담은 적지 않을 것이다.그는 盧전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열리기를 기다리는 입」이될는지 모른다.李씨는 비자금사태 제2막의 주인 공이 될 것인가.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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