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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씨 구속사태-향후정국 세갈래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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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치권에는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구속 이후 정국을 어떻게 수습하느냐는 과제다.이에 대한 정치권의다양한 의견들은 대략 세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우선 「유야무야」식이다.盧씨의 구속으로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盧씨의 개인 비리사건인 만큼 그가 사법처리된 것으로 더이상 파문을 확산시키지 말고 수습하자는 의견이다.
물론 비자금의 정치권 유입내용이라든지 정치인들의 다른 비리는덮어두자는 의도가 바탕에 깔려있다.여권 일각의 국면전환론이나 야권 일각의 민생불안 주장등과 무관치않다.
민정계의 한 고위당직자는 『이제 정치권은 국민안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다른 민정계의 각료출신 의원도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일부 인사는 나름대로의 채널을 통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게 수습을 건의했다고 한 다.이와 별도로 국민회의의 한 의원은 『金대통령도 약점이 있는 만큼 더이상 사건을 확대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이 방안의 장점으로 한 구여권 출신 의원은 『조기에 정치와 경제를 안정시킬수 있다』고 주장한다.반면 민주계 의 원은 『국민의 불신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비자금 파문이 확대되면 곤란해지는 인사들이 적극 주장한다는 점이 설득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두번째는 「대청소론」이다.모든 내용을 철저히 수사해 낱낱이공개하자는 주장이다.金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하고 있는 한 소식통은 『잘못된 관행을 근절하는 마지막 기회』라고 주장했다.여권의 다른 핵심인사는 『이번 비자금 사건의 핵심은 구속이 아니라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여야 한다』고 말했다.이들중 일부는 『여기서 중지하면 오히려 정권에 위기가 온다』는 의견을 金대통령에게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물론 위험부담도 있다.金대통령의 잘못이 드러날 수도 있다.이에대해 한 민주계의원은 『어느 정도 희생은 불가피하다』며 『대통령 사과성명이나 극단적인 경우에는 국민투표로 돌파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경우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 총재를 비롯해 盧씨의 자금이 유입된 정치권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지면서 정치권에는 생사를 건 극한투쟁이 벌어질 것이다.대신 수십년간 고질화된정경유착과 돈정치의 관행을 상당부분 일소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극단적 결론이 아닌 그 중간쯤에서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견해도 있다.「절충형」이다.예컨대 정치권으로 들어간 자금의 내용은 밝히되 재벌에 대한 구속까지는 피하고,정치권 사정도 盧씨의 비리에 동조한 소수의 측근에 한정하고,盧씨 자신도 적당한 시기에 병보석쯤으로 풀어주는 그런 조치들로 상황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감정도 어느 정도 달래고 파국도 막자는 주장이다.현실적이면서 굳이 분류하자면 대청소론보다는 유야무야론쪽에 가깝다.민정계의 한 중진의원은 『사건이 사법적단계에서 정치적 단계로 넘어가면 완승이나 완패는 현실적으로 있기가 어렵다』고 말한다.이 세가지의 해법 가운데 선택은 金대통령의 몫임은 부연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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