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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영화 새바람 탈액션 멜로화 선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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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홍콩영화가 변하고 있다.
무협.액션위주의 오락영화로 인기를 모아 온 홍콩영화가 멜로영화로 복귀하고 있는 것.이룰 수 없는 사랑에 몸부림치는 젊은 연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뻔한」 최루성 정통멜로물이지만 영화팬들은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SF무협물로 80년대를 휩쓴 서극감독이 처음 멜로물에 도전한『양축(梁祝)』이 지난 4일 국내개봉돼 예상보다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왕가위감독의 도회적 멜로물 『중경삼림』도 젊은 관객층을 사로잡았다.
이같은 멜로물 선호에 힘입어 올 겨울극장가에는 홍콩 멜로영화들이 줄이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지난해 수입된 이동승감독의 『신불료정(新不了情)』이 12월2일 뒤늦게 개봉되며 우인태감독의 『야반가성(夜半歌聲)』도 연말 개봉을 앞두고 있다.
『양축』『신불료정』『야반가성』은 모두 눈물을 자아내는 고전적인 멜로영화들이지만 감각적인 영상과 감미로운 음악이라는 현대적인 요소들을 잘 갖추고 있다.『양축』은 서극감독 특유의 환상적인 화면으로 이야기의 진부함을 감싸 주며 『신불료 정』『야반가성』 역시 아름답고 서정적인 영상에 재즈.오페라.중국대중음악에이르기까지 가슴에 와 닿는 선율로 감동을 보태 준다.
남녀주인공인 양산박(오기륭扮)과 축대영(양채니扮)의 성을 제목으로 딴 『양축』은 신분차이 때문에 맺어지지 못하는 두 연인이 죽음으로써 하나가 된다는 이야기.로맨틱 코미디처럼 가볍게 시작되는 초반부와 달리 축대영이 양산박의 무덤을 찾아가는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천녀유혼』같은 분위기에 슬픔에 젖은 축대영(영화 속에서 실제로 피눈물을 흘린다)의 절규가 안타까움을 더한다. 『신불료정』은 60년대 홍콩에서 인기를 모은 『불료정』(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네)을 신세대감독 이동승이 다시 만든 것.순수음악을 고집하는 가난한 음악가 임정(유청운扮)과 시한부인생을 사는 소녀 아민(원영의扮)의 순수한 사랑이야기다 .94년홍콩 금상장 6개 부문과 중국 금사장 3개 부문을 휩쓸며 홍콩영화의 흐름을 멜로로 돌리는 데 크게 기여한 작품이다.
『야반가성』은 「한밤의 세레나데」란 뜻.톱스타 장국영과 오천련이 신분차이 때문에 애태우는 오페라가수와 대지주의 딸 유옌으로 나와 관객들의 애를 끊는다.황당한 내용임에도 시사회에 참석했던 관객들은 음악과 화면이 멋있다는 반응을 보였 다.
영화계에서는 액션영화에 대한 식상감이 멜로로의 회귀를 재촉했으며 더욱이 메마른 현대인들에게 「순수한 사랑의 비극」이 새로운 감동을 주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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