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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국만 컴컴한 터널 속에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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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국은 고속도로를 질주하는데 한국은 컴컴한 터널로 들어서고 있다"는 현명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부회장의 지적은 우리 경제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기업가들은 통상 실제보다 위기감을 부풀려 말하는 경향이 없지 않지만, 재계의 대변자인 玄부회장이 이처럼 극단적인 표현까지 쓰게 된 것은 국내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데 따른 불안감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1월까지 7개월 연속 설비투자가 줄었고, 30대 그룹의 1분기 투자 집행률이 16.3%에 불과했다. 우리 경제가 침체의 그늘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이 기업 투자의 부진에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기 때문에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고, 소비가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의 투자심리를 회복시키는 게 경제 회복의 첫번째 열쇠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현재 대외 환경만 놓고 보면 투자를 해야 할 때라는 의견이 25.9%로 부정적인 답변(18.5%)보다 많지만, 국내 환경으로 눈을 돌리면 투자를 할 만한 여건이 아니라는 대답이 44.4%로 투자 시기라는 응답(7.4%)을 압도한다. 국내 여건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기업의 투자를 막는 가장 큰 요인은 경제 및 경제 외적 불확실성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를 핑계로 투자 부진을 방치할 상황이 아니다.

玄부회장은 기업들이 좋은 투자계획도 있고 자금도 있지만 노사 문제와 정부의 기업 규제 때문에 투자를 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업 투자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를 하나하나 찾아내 과감하게 정리하고, 안정적 노사관계 정립을 위한 원칙을 세우는 데 총력을 기울여달라는 玄부회장의 하소연을 정부는 심각하게 새겨들어야 한다.

다행히 최근 재정경제부나 산업자원부가 투자 활성화를 위해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예외 확대 등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이 기회에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득(得)과 실(失)까지 따져보는 등 투자 활성화를 위한 총체적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