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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 "중경삼림" 히트타고 인기 상한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영화 『중경삼림』의 히트로 비디오 시장에도 왕가위(37)바람이 불고 있다.
『중경삼림』을 보고 왕가위에 매료된 관객들이 다른 작품을 보기 위해 줄줄이 비디오 숍으로 몰려 들고 있는 것.이미 비디오로 출시돼 있는 왕가위의 작품은 『열혈남아』『아비정전』 두 편. 지금까지 이 두 작품은 평소부터 왕가위를 아는 몇몇 영화 매니어들이 찾았을뿐 인기대여 품목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9월 『중경삼림』이 개봉된 이후부터 갑자기 인기비디오로 돌변했다.
전국에 1백여개의 회원숍을 갖고 있는 건전비디오숍 모임인 「으뜸과 버금」측에 따르면 지난 한달사이에 왕가위 수요는 평균 5배이상 늘어났다.
비디오 평론가 옥선희씨는 『중경삼림』이 10~20대들 사이에특히 인기를 끌었고 이들 연령층이 감독별로 작품을 찾아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며 이유를 설명한다.
이같은 왕가위 바람은 10일 『중경삼림』이 비디오로 출시된데다 『동사서독』『타락천사』등 영화 두편이 잇따라 개봉되는데 힘입어 한동안 상승곡선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왕가위가 젊은층에 폭넓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한가지.젊은이들의 도시적 감성에 맞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보편적인 삶의 미세한 순간들을 포착해내기 때문이다.
「도시 리얼리즘」이라 할만한 그의 작품세계는 고전적인 리얼리즘 예술영화와 홍콩오락물의 분위기를 우성교배시켜 놓은 듯하다.
한마디로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를 보면 답답함을 느끼고 『영웅본색』을 보면 뭔가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꼭맞는 작품이다.
지금까지 왕가위가 만든 영화는 5편.데뷔작인 『열혈남아』(89년)는 치료차 대만에서 온 처녀를 만난 홍콩 불량배 얘기로 유덕화.장만옥이 주연했다.사실주의와 표현주의 기법을 잘 배합해기존의 홍콩.할리우드 액션물과 판이한 분위기를 연출,「액션누아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았다.
『아비정전』(91년)은 왕가위의 작가정신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계모 밑에서 자란 남자가 어머니를 찾아가는 얘기로 『아이다호』를 연상시킨다.
인위적인 조작을 피하고 카메라를 고정시켜 인물들의 고독과 상실의 감정을 드러내는데 주력한다.
어머니가 없는 도시 홍콩의 불안한 삶을 부유하는 현대인의 삶과 중첩시켜 놓는다.장국영.유덕화.양조위.장만옥등이 출연.
『중경삼림』(94년)은 실연당한 두 경찰관의 얘기를 통해 소통불능의 현대 도시에서 끝없이 사랑을 찾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그렸다. 뮤직비디오처럼 감각적인 화면이 인상적.임청하.왕조위.
금성무.왕정문 주연.
『동사서독』(94년)은 수입한 뒤 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다 이번에 중경삼림의 인기에 힘입어 18일 개봉되며 최근작인 『타락천사』(95년)도 올해안으로 개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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