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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개국 L당 휘발유값 … 한국 1.79달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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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제 유가가 21일 이후 배럴(158.9L)당 130달러(약 13만8000원)대를 유지하면서 세계 사람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국가별 수급 상황, 화폐 환율, 정부 보조금, 세금 정책 등에 따라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유가는 나라마다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관계 기사 16면>

27일 특파원과 인터넷 등을 통해 세계 22개국의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기름값(5월 기준)을 조사했다. 단 베네수엘라 등 4개 산유국은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의 최근 조사 결과(3월 기준)를 기준으로 했다. 이를 보면 가장 싼 나라는 베네수엘라다. L당 고작 3센트다. 베네수엘라에서 팔리는 우유의 25분의 1, 생수의 15분의 1 가격 수준이다. 기름값이 이렇게 싼 것은 정권 안정 차원에서 유가를 관리하고 있는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정치적 의도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L당 12센트), 카타르(19센트), 쿠웨이트(24센트) 등 대부분의 중동 산유국 국민도 싼 기름값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들 나라에선 기름을 값싸게 공급하는 것이 석유 수출로 국가가 올린 이득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유가 급등으로 개인 승용차 운행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감소한 미국의 유가(L당 1.04달러)는 세계에서 중간 수준이다. 한국은 L당 1.79달러로 비교적 비싼 편이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L당 2달러 선을 훌쩍 넘는다. 가장 비싼 나라는 노르웨이로 L당 2.56달러나 된다. 소형차 한 대를 가득 채우려면 순식간에 13만원이 들어간다.

◇유가 급등 항의=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보조금 지급, 가격 통제 등으로 저유가 정책을 폈던 국가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가를 올리자니 물가 상승과 국민의 반대가 두렵고, 그대로 두자니 보조금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L당 유가를 85센트로 묶어 두고 있는 중국에선 손해를 보게 된 석유회사들이 물량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의 항의가 속출하고 있다.

영국 런던에선 27일(현지시간) 고유가에 항의하는 트럭 운전자 수백 명이 모여 시위를 벌이면서 대형 트럭 등에 대한 유가 보조금 지급 확대를 요구했다. 프랑스에서는 어민들이 치솟는 유가로 배를 띄울 수 없다며 연일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21일 긴급 지원금 1억1000만 유로(약 1760억원)를 풀겠다고 약속했지만, 언론들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남부 항구도시 마르세유의 어민들은 27일 아침 기름값이 너무 비싸다면서 인근 도시의 기름 저장고를 봉쇄했다. 르몽드는 이날 유가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가 그리스·포르투갈·스페인·이탈리아에서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며칠 전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정부의 유가 28.7% 인상에 반대하는 대규모 반정부 폭력 시위가 벌어졌다.

최지영·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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