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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뛰면 덩달아 뛰는 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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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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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값이 고공행진을 하자 돈도 원자재 펀드로 몰리고 있다. 원자재는 값도 오르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수 있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자재 펀드라고 성적이 다 좋은 건 아니다. 어디에 얼마를 투자했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이다.

최근 원자재값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건 단연 원유다. 따라서 에너지 관련 투자 비중이 높은 펀드가 성적도 좋았다. 하지만 국제 유가가 영원히 오를 수는 없다. 투기가 키운 거품은 언젠가 꺼지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에너지 투자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펀드는 길게 봤을 땐 위험성이 크다. 펀드평가사인 제로인 이수진 대리는 “원자재 펀드 사이에도 투자 대상이나 국가에 차이가 많다”며 “투자자도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투자할 것인지 따져서 기대수익률과 위험도를 적절히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원자재 펀드 중에선 에너지 관련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도 있기 때문에 다른 해외 주식형 펀드와 중복되지 않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대체에너지는 간접 수혜=현재 판매 중인 펀드 가운데 유가와 상관관계가 큰 건 천연자원과 대체에너지 펀드 정도다. 두 섹터의 펀드에 투자된 자금은 약 7000억원 수준. 천연자원 펀드를 대표하는 ‘우리CS글로벌천연자원주식형’이 2060억원으로 가장 많다. 대체에너지 펀드의 대표주자 ‘삼성글로벌대체에너지 주식형’은 1020억원 정도다. 하지만 두 펀드의 수익률은 큰 차이를 보인다. 6개월 수익률로 따져보면, 우리CS글로벌천연자원은 22%의 고공비행을 한 데 비해 삼성글로벌대체에너지는 2%로 바닥 수준이다.

이런 차이는 펀드의 투자 대상이 다른 데서 비롯된다. 천연자원과 관련된 기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의 수혜를 직접 받는다. 이와 대조적으로 대체에너지 관련 기업은 간접적인 혜택을 볼 뿐이다. 기름값이 급등한다고 대체에너지 사용량이 바로 증가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다만 앞으로 유망하다는 가능성이 주가에 반영될 뿐이다. 삼성증권 펀드리서치 파트 김남수 연구원은 “대체에너지 펀드는 유가 상승을 이용하기 위한 단기 투자 수단으로는 적합하지 않으며 성장성을 믿고 장기 투자하는 게 성과를 극대화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천연자원 펀드도 제각각=천연자원 펀드도 종류가 다양하다. 특정 자원에 집중하는 펀드가 있는가 하면, 여러 자원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도 있다. 요즘처럼 유가가 독주하는 시기에는 아무래도 석유나 천연가스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가 돋보일 수밖에 없다. 프랭클린내츄럴리소스펀드가 대표적 유형이다. 자산의 80%를 석유와 에너지 관련 기업에 투자한다. 옥시덴탈 석유와 헬리버튼, 엑손모빌 같은 북미지역 석유 탐사나 시추 기업이 편입비율 상위권에 포진돼 있다. 당연히 펀드 성과에 대한 유가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반면 우리CS천연자원펀드와 JP모간천연자원펀드는 원유 관련 투자 비중이 30% 수준으로 낮다. 나머지 자산은 종합 광물 기업에 넓게 분산돼 있다. 그래서 유가보다는 세계 증시 흐름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우리CS천연자원펀드의 경우 펀드 수익률과 서부텍사스유(WTI) 가격과의 상관계수는 0.33에 그친 반면 모건스탠리의 MSCI월드지수와의 상관계수는 0.74로 훨씬 높았다. 지금까지 성과는 프랭클린내츄럴리소스펀드와 비슷했다. 하지만 분산투자를 한 만큼 주가의 변동성은 낮다.

최현철·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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