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심상찮은 정치권 사정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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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요즘 정치권에서 일고있는 비자금 공방전을 보노라면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여당 사무총장은 연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끝나야 할 사람은 끝나야 한다」고 열을 올리며 정치권 수사확대를 은연중 내비치고 있고,국 민회의쪽에서는 여권의 「김대중 죽이기」에 맞서 중단없는 대여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이런 식의 비자금 정치 공방전은 사실과는 관계없이 국민에게 또 한번 불신과 분노를 일으키고 정치권 스스로 무덤을파는 소모전이라는 점에서 당장 거두기 를 촉구한다.
우리가 보기엔 이번 비자금 파동이 누구 한사람 죽이기로 끝날일도 아니며 적게 먹었다,더 많이 먹었다는 식의 발뺌이나 변명으로 희석될 일도 아니라고 판단한다.제 발이 저린 듯 남에게 손가락질하는 정치공방전은 국민적 분노를 정치쇼로 눈가림하는 얕은 수작일 뿐 정치개혁이라는 본질적 문제 접근은 아니라고 본다. 이미 검찰이 대선자금을 수사하겠다고 밝힌 이상 여권도 그 결과를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무성한 「설(說)」만을 근거로 끝날 사람은 끝나야 한다는 여권의 공격이나 중단없는 대여투쟁을 벌이겠다는 야당의 공격적 방어자세 또한 온당한 처사 라고 볼 수 없다.
지금이라도 정치권은 자중하고 자숙하는 반성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적든 많든 어두운 돈과 관련되었다면 그 자체가 반성의대상이지 머리 들고 남의 탓만 할 때가 아니다.이런 저런 비리도 있었지만 그때 사정으로는 불가피했다고 사죄하 고,이를 고치기 위해선 정치권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마련하는 성의있는 자세를 국민들은 기대한다.
대선자금 수사에 착수하지도 않은채 정치권의 표적수사라는 의혹을 여권이 앞장서 받는 것도 정치개혁을 위한 온당한 길은 아니라고 본다.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라 은퇴할 정치인은 물러나고,벌을 받아야 마땅하면 법대로 집행하면 된다.스스로 죄인임을 자처하는 정치인들의 성의있는 자성(自省)이 지금 절실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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