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형숙의 좋은 엄마 되기] 어딜 가든 자기 물건 챙겨 가려고 떼쓰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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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살 아들이 어딜 가든 자기 물건을 챙겨가려고 해요. 그러다가 제 맘대로 안 되면 울고불고 난리가 나요. 요즘은 머리를 벽에 박기까지 합니다. 어떻게 버릇을 고쳐야 할까요? (서혜영·38·경남 진주)

 아이들은 사리분별이 안 되잖아요. 얼마나 무거울지 다음 일을 예측 못하지요. 그래서 아이들이지요. 짐을 많이 챙기더라도 들어주지 마세요. 간단한 자기 짐은 들고 다닐 수 있는 나이니까요. 그러면 차차 들고 다닐 만큼만 챙깁니다.

제 딸도 어딜 가려고만 하면 제 짐을 챙기는데 아주 이민 가방을 싸 듯해요. 곁에서 “물건이 너무 많아 가방이 안 잠길 텐데…” 해도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장난감 집어넣기에만 골몰해요. 그러다가 가방이 잠기지 않으면 그때야 장난감을 한 개씩 내놓아요. 이것 내놓았다, 저것 넣었다, 아주 분주하지요. 서두르지 않고 기다려주면 가방이 잠길 만큼 챙기지요.

떼를 쓴다고요? 울더라도 소리 지르더라도 그냥 두세요. “그렇게 다 가지고는 못 간다.” 낮은 소리로 알려주세요. 그러고는 아이가 선택하게 두면 나름대로 정리가 됩니다. 자해를 한다고요? 벽에 머리 박는 꾀는 어디서 나왔나 살피면서 그냥 두세요. 아프기 때문에 오래 하지는 못합니다. 자기 머리를 박는 것이니까 어느 정도 힘 조절도 해요. 인명 피해 생길 일은 없으니 염려 마세요. 엄마가 지켜보면서도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아이도 속으로 궁리해요. ‘이 일은 괜히 시작했구나. 어떻게 이 일을 마무리할까?’

아이 고집대로 머리 박기를 했다 싶을 때 옆에서 부드러운 말로 거들어요. “많이 아플 텐데 언제까지 하려고?” 아이가 머리 박기를 멈추면 그 때 말을 다시 걸어요. “다른 집에 있는 새로운 것도 갖고 놀아야지. 그러니까 좋아하는 것 세 가지만 가져 가자. 엄마가 같이 골라줄까?” 아이가 편안하게 엄마 의견을 따른답니다.

아이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엄마 마음대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하자’며 아이 생각을 뒤흔들어 놓으면 수긍하지 않고 따르지도 않습니다. 당장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좀 답답하더라도 아이가 문제를 풀도록 두세요. 한 번만 제대로 혼자 풀고 나면 더는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리지 않거든요. 나중엔 오히려 시간도 절약돼요. 아이 키우는 맛이 어떤지 엄마도 제대로 경험하게 됩니다.

서형숙 엄마학교 대표

※자녀교육과 관련한 상담을 받고자 하는 분은 사연과 함께 성명과 직업, 나이, 주소, 전화번호를로 보내 주세요. 매주 한 분씩 선정해 서형숙 대표가 지면 상담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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