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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스 언제 오나 … 인준 한 달 넘게 감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지난달 22일 상원 외교위 인준을 통과한 캐서린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 내정자의 상원 본회의 인준 지연이 한 달을 넘기며 장기화되고 있다.

공화당 보수파인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이 북한 인권 문제에 소극적인 미 국무부의 태도를 문제 삼아 스티븐스 지명자의 인준 유보 방침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공화당 보수파는 앤드루 나티우스 전 미 국제개발처(USAID) 대표 등 북한 인권에 관심을 보이는 중량급 인사를 새 주한 미 대사로 미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스티븐스 교체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워싱턴 소식통은 25일 “브라운백 의원의 의지가 굳은 데다 그에 동조하는 상원의원이 최소한 4~5명 더 있다”며 “설사 브라운백 의원이 행정부의 압력으로 인준 유보를 철회해도 또 다른 의원이 같은 주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올 들어 두 차례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대북 강경책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낸 존 카일, 척 그래슬리, 존 코번, 제임스 이노프 등 공화당 보수파 상원의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워싱턴에선 차기 주한 미 대사와 관련해 세 가지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우선 미 행정부가 스티븐스 카드를 고수하는 것이다. 현재 백악관과 국무부가 취하고 있는 입장이다. 문제는 집권당인 공화당 보수파 의원들과 충돌을 감수해야 하고, 북한 인권에서 표면적으로나마 진전을 이루지 않는 한 인준 지연이 수개월 넘게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둘째는 미 행정부가 보수파와 타협해 스티븐스 대신 나티우스 등 다른 인물을 지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국무부의 체면을 깎고 한반도 정책에서 부시 행정부의 레임덕을 가속화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알렉산더 버시바우 현 대사가 부시 행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1월까지 유임하는 것이다. 대북 정책을 놓고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미 의회 내 강온파 간 정쟁을 피할 수 있는 카드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변수다. 힐 차관보가 자신의 밑에서 부차관보를 지낸 스티븐스를 차기 주한 미 대사로 지지한 배경에는 대북정책에 보수적 입장을 견지해 ‘코드’가 맞지 않았던 버시바우 대사를 견제하려는 포석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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