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부정축재 사건-소환순서.기준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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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하루 5~7명씩 검찰의 기업인 소환이 줄을 이으면서 소환순서와 그 기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론 검찰은 하루전 다음날 소환될 기업인 명단만을 발표할뿐 어떤 기준에 의해 당일 소환대상 기업인이 결정되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다만 수사편의상 나름대로 기준을 정해 이에 따라 소환대상 기업과 소환일시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안강민(安剛民)대검 중수부장은 『아무런 기준도 없이 마구잡이로 결정하는것은 물론 아니다.나중에 알게되면 소환대상 기업인들도 검찰이 왜 이날짜에 자신을 소환했는지 수긍하게될 것』이라고말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소환 날짜별로 기업인들의 공통점을 추론해 보면 ▶매출액등 기업의 규모▶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에게 건넨 돈의 액수▶돈을 건넨 시기와 돈의 성격▶해외출장등 기업인의 일정이 고려됐음을 알수 있다.
특히 기업의 규모는 盧씨에게 건넨 돈의 액수와도 밀접하게 연관되기 때문에 소환순서 결정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건넨 돈이 특혜나 이권을 노린 대가성 뇌물이냐,단순한떡값이냐의 성격 규명이나 구체적인 상납액수는 아직 알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소환 1차 대상자로 발표된 동부.한일.진로그룹의 경우공정거래위가 집계한 그룹별 자산순위가 20~30위의 기업집단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며 2차 소환대상인 현대.삼성.대우.LG는 자산순위가 차례대로 1~4위의 그룹들이다.
그러나 盧씨와 사돈관계인 5위의 선경은 소환대상 20여기업이발표된 9일 현재 소환날짜가 아직 잡히지 않아 특별조사를 위한것 아니냐는등 갖가지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현대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은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하루를 늦춰 9일 출두했으며 쌍용의 김석원(金錫元)전회장은 해외출장일정 때문에 미리 9일에 출두하는등 당사자의 일정도 충분히고려되고 있다.검찰은 이와함께 정태수(鄭泰守)한 보그룹 총회장을 4일 불러 조사한데 이어 신명수(申明秀)동방유량회장을 8일불러 철야조사하는등 실명전환이나 부동산구입등 특정 의혹이 제기된 기업에 대해서는 그때그때 별도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같은 소환순서 못지않게 검찰에 출두한뒤 귀가할 때까지의 조사시간도 관심의 대상이다.
8일 오전 소환된 삼성.LG.동아그룹의 경우 LG와 삼성 총수가 이날 오후 귀가한데 비해 동아 최원석(崔元碩)회장만이 철야조사를 받고 9일 새벽 귀가했다.또 9일에도 효성 조석래(趙錫來)회장이 이날 오후4시10분쯤 가장 먼저 검찰 을 떠났다.
검찰은 『조사시간과 혐의 유무. 경중과는 무관하다』면서 『그러나 盧씨에게 돈을 가져다준 사실을 시인한 경우 조사가 일찍 끝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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