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의 식품이야기] 마늘 뺨치는 정력식품, 부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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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호 24면

오신채(五辛菜)란 불교에서 금하는 다섯 가지 채소를 가리킨다. 마늘·부추·파·달래·흥거(중앙아시아에서 나는 식물)다. 이들은 건강엔 이롭지만, 자극성이 강해 음욕을 일으키고 화를 나게 해 수행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승려의 금기 식품이 됐다.

이 중 요즘 제철을 맞은 부추는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먼저 독특한 냄새다. 주범은 마늘·파에도 들어 있는 황화 알릴이다. 약간 거슬리긴 하지만 부추가 가진 최고의 웰빙 성분이다. 황화 알릴은 소화효소의 분비를 촉진시켜 소화를 돕고, 입맛을 되살려주며, 식중독균을 없애준다. 비타민 B1의 흡수율도 높여주기 때문에 비타민 B1이 풍부한 돼지고기를 먹을 때 곁들여 먹으면 좋다. 이 성분은 공기 중에 잘 날아가고 물에 녹으므로 더 많이 섭취하려면 다듬고 씻는 시간을 최대한 짧게 해야 한다.

부추에 대해 『동의보감』은 “채소 중에서 가장 성질이 따뜻하다”고 기술하고 있다. 당연히 몸이 찬 사람과 궁합이 맞는다. 아랫배가 차거나 수족냉증·신경통이 있는 사람에게도 유익하다. 감기 환자가 밥에 부추·계란 등을 넣고 비벼 먹으면 몸이 따뜻해진다.

반면 술을 마셔 온몸이 후끈 달아올랐거나 얼굴이 붉어졌다면 먹지 않는 게 좋다. 고열을 동반하는 질환을 앓는 환자, 평소 몸에 열이 많은 사람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부스럼·종기·눈병·아토피·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사람도 되도록 피한다. 특히 열병 후에 같은 열성 식품인 꿀과 함께 먹는 것은 삼간다.

부추는 남성의 양기를 높여줘 한방에서 마늘 못지않은 정력 식품으로 친다. 양기를 북돋워준다고 해서 ‘기양초(起陽草)’, 일할 생각은 안 하고 성욕만 커지게 만든다고 해서 ‘게으름뱅이풀’이라고도 부른다. 더 ‘강추’하는 것은 부추의 씨다. 보양 효과가 부추보다 월등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부추엔 지용성인 비타민A가 풍부하다. 식용유를 써 조리하거나 군만두 및 각종 볶음 요리에 부추를 넣으면 비타민A를 더 많이 섭취할 수 있다.

또 혈압을 조절하는 칼륨이 많다. 그래서 부추와 찰떡궁합으로 된장(나트륨 풍부)을 꼽는다. 부추와 된장을 함께 끓이면 부추에 풍부한 칼륨이 나트륨의 피해를 경감시키기 때문이다.

아직 암세포 차원의 연구 결과이긴 하지만 부추김치가 상당한 항암력을 지닌다는 사실이 국내 학자에 의해 증명되기도 됐다. 연구진이 부추김치와 배추김치 추출물을 위암 세포에 주입한 결과 부추김치의 항암성이 배추김치보다 높았다. TV드라마 ‘허준’에서 유의태가 앓은 위암[反胃] 치료에도 부추가 쓰였다.

부추는 열량도 낮아 다이어트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
부추는 너무 크거나 억세지 않고 잎이 둥글고 가늘며 작은 것이 좋다. 뿌리 쪽에 흰 부분이 많을수록 맛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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