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사가 쓰는 性칼럼] 男女 성감대 그 뿌리는 같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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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호 24면

10여 년 전 액션영화 ‘트루 라이즈’에서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철부지 아내로 열연했던 ‘제이미 리 커티스’는 명배우 토니 커티스와 재닛 리의 딸이자 중성적 이미지가 강한 여배우다. 대부분의 영화 팬이나 미국인이 제이미를 여성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그는 유전자상 엄연한 남성.

그는 출생과 성장기에 여성적 신체 특징, 특히 성기의 여성형 모양새 때문에 여자아이로 컸다. 그러나 중성적 이미지와 남녀 성별 구분이 모호한 그의 신체적 특징 때문에 정밀검사를 받게 됐고, 유전자가 XY인 남성임이 의학적으로 판명됐다.

이를 학문적으로 ‘반음양자(半陰陽子·her-maphroditism)’라고 흔히 부른다. 유전적으로 XY염색체의 남성이지만, 태생기에 성호르몬의 이상으로 남성적 발달이 미약해 마치 여성 같은 신체 구조를 갖게 된 선천성 발달장애다. 이와 반대로 유전적으론 XX의 여성인데, 남성의 신체 구조를 갖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성의학의 관점에서 ‘제이미’의 경우는 남자와 여자의 근본이 같다는 점을 증명하는 좋은 사례다. 실제로 임신 초기에 남녀 태아의 성기 구조는 구분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시기엔 초음파를 통해 보더라도 성기 모양으로는 남녀를 구분할 수 없다. 이 같은 원시 구조로부터 발달된 형태가 바로 남성은 귀두, 여성은 음핵(클리토리스)이다. 즉, 남녀의 근본은 같은 것이다.

과거에 비해 여성의 제1 성감대가 음핵이란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많은 남성이 자신의 최고 성감대가 귀두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고, 또 당연히 귀두에 자극받길 원하면서도 여성의 음핵 자극엔 무관심하다. 귀두나 음핵의 뿌리가 같기에 성생활에서 그만큼 자극이 필요한 데도 이기적인 남성들은 서비스 받기에만 급급한 것이다. 여성들도 남성이 원하는 귀두 자극은 마다 않으면서 자신은 음핵 자극을 받거나 이를 요구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남성의 귀두 마찰 자극이 성 흥분의 필수요소이듯, 여성의 음핵 자극도 만족스러운 성관계를 위해 꼭 필요하다. 불감증 여성의 치료에 진동기 등을 이용해 음핵 자극을 유도하고, 그 배우자에게 음핵 자극을 시키고 가르치는 것도 그만큼 음핵이 여성의 성 흥분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근원이 같은 남녀의 성기 자극에서 차이점은 다른 데 있다. 그것은 바로 자극의 강도와 방식이다. 남성은 귀두에 직접 강한 자극을 해 줘야 쉽게 흥분한다. 반면 여성은 음핵 자극에 있어 섬세함과 강도의 단계별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처음엔 가볍게 음핵을 포함한 성기 전체를 손으로 덮는 정도의 자극으로 시작해 가볍게 전체를 쓰다듬다가, 초기의 흥분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가면 음핵을 좌우나 상하로 흔들거나 회전하는 식의 집중적인 자극 방식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이런 자극의 단계를 무시한 채 무조건 강하고 거칠게 자극하면 여성은 성적 흥분보다 불쾌감만 느낀다. 음핵은 성 반응에 가장 중요한 스위치다. 원하는 TV 방송을 보려면, 먼저 전원 스위치를 켜야지 채널 스위치만 눌러 봤자 TV 화면은 켜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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