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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사리 아주머니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3호 02면

뻐꾹새 우는 초여름 날에 ‘악양면민 체육대회’가 열렸습니다. ‘악양청년회’ 젊은 친구들이 준비하고 온 동네 어르신들이 즐겁게 노는 한판 놀이마당입니다.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나는 매양 그렇듯이 사진기 하나 달랑 들고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소주·맥주·막걸리를 두루 얻어먹고 웃고 떠들며 한나절을 보냅니다. 평사리 마을 양승옥 아주머님이 굴렁쇠 굴리기에서 1등을 했습니다. 평생 남보다 아래 있음을 즐긴 분이 팔자에 없는 1등을 했습니다.

“1등 상이 뭐예요?” “삽.” “웬 삽.” “뭐 열심히 일하라고 그러나 보지.” “그럼 삽에 리본 묶어 벽에 걸어 놓아야죠. 생전 처음 1등한 거 아녜요?” “에잉. 마을 대표로 나갔으니 회관에 기증해야지.”

그렇습니다. 이분은 평범합니다. 평사리 마을 어귀에서 조그만 셋집을 얻어 장사를 하시는데 퍼주길 좋아하는 욕심 없는 분입니다. 그래서 늘 웃으면서 하루를 보내십니다. 아주머님의 속은 어떨지 몰라도.


농사꾼 사진가 이창수씨가 사진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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