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권은 수사에 훈수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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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태우(盧泰愚)씨 부정축재 비자금사건의 검찰수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언행들이 정치권등 외부에서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예컨대 盧씨를 구속과 동시에 구치소가 아닌 병원에 수용한다든가,대통령의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담참석 출국(17일)때를 기해 사법처리를 매듭짓는다는 등의 얘기가 그런 것들이다.이러한 얘기는 그럴싸하기는 하지만 곰곰 들여다보면 발설한 측의 이해관계가 깔려있는 내용인데다 근거도 없이 수사당사자인 검찰에 부담만 준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 직하지 않다.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의 할 일은 아직 태산같다.지금은 盧씨의자금조성경위에 수사력이 집중된 듯하지만 사용처수사도 소홀히할 수 없는 부분이다.돈을 준 기업이나 규모,그것이 정치자금인지 뇌물인지의 성격도 하나하나 규명해야 한다.또 「 쓰고 남은」 자금이 盧씨 스스로 밝힌 1,857억원이 맞는지,숨겨놓은 부동산이 어떤 방법으로 얼마나 되는지도 밝혀야 한다.말썽이 되고 있는 스위스은행의 비밀계좌 여부도 파헤쳐야 한다.아울러 盧씨로부터 뒷돈을 챙긴 정치인들이나 그 거 래 내용도 캐내야 한다.
바꿔 말하면 수사는 이제 시작단계다.그러므로 지금 외부에서 수사의 대상.기간.방법등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수사를 방해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부정적인의도라고 의심받아 마땅하다.왜냐하면 우리는 지금 까지 크나큰 정치적 의혹들이 수사단계에서 외부의 입김때문에 흐지부지 처리되는 것을 숱하게 보아왔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 사건수사가 무작정 계속돼 온국민이 하염없이 이 사건처리에 휘말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다만 이 사건이해방후 최대의 비리사건이요,온 세계의 이목이 쏠려있는만큼 당장은 부끄럽더라도 의혹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점 을 강조하고 싶다. 그러자면 검찰이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모두가 도와줘야 한다.아울러 수사관계자들은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역사에 부끄러움을 남기지 않겠다는 사명감을 새삼 다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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