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부정축재 사건-빨라지는 검찰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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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 비자금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안강민(安剛民)대검중수부장은 6일 『자금추적 성과가 의외로 좋다.기업인들을 기준에 따라 선별적으로 소환.조사할 것』이라며 이들을 7일부터 본격 소환한다 고 발표했다. 기업인들의 소환기준이 마련됐다는 것은 盧씨가 받은 돈의 성격.조성경위가 어느정도 밝혀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검찰은 수사초기 이번 사건의 본류(本流)가 아니라며 다소 소극적이었던 盧씨의 부동산 소유관계와 스위스은행예금 부문에 대해서도 활발한 조사를 병행하고 있다.
盧전대통령에 대한 1차 소환조사 직후 『자금 조성 규모가 워낙 커 이를 확인하는데만 한달이상 걸릴 것』이라며 수사 장기화를 예고했던 검찰이 가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속도가 이처럼 빨라진 것은 우선 비자금 조성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던 이현우(李賢雨)전경호실장으로부터 충분한 진술을 받아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李씨는 盧씨가 검찰조사에서 자신이 기업인들과의 면담을 주선했다고 진술하자 3 차소환조사때돈을 준 기업인들의 명단을 대부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李씨의 진술을 토대로 이미 전체 비자금중 3,500억원 정도를 확인했으며 이 추세대로라면 盧씨가 진술한 비자금조성액(5,000억원)과 잔액(1,857억원)이상이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여권이 이번 사건의 조기 매듭을 바라고 있는 것도 검찰수사에가속을 붙게하는 한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여권내에서는 악화된 국민여론을 진정시키려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차 출국하는 16일 이전 盧씨를 사법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6공당시 특혜의혹이 있는 기업들의 이름이 떠돌면서 경제계가 큰 혼란에 빠져있다는 것도 검찰이 이 사건을 조기 처리해야 하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盧씨 사건과 관련됐다는 소문이 증권가등에 떠돈 기업들은 주가가 하한가를 기록하는등 피해가 적지않은 실정이다.
검찰 역시 수사를 오래 끌 경우 국민의 비난이 검찰쪽으로 쏠릴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해 되도록 빨리 이 사건을 마무리짓기를희망하고 있다.
安중수부장은 『확인된 증거만으로 우선 기소하고 나중에 공소사실을 추가할 수 있다』고 말해 비자금 전체에 대한 조성경위가 밝혀지지 않더라도 盧씨에 대한 사법처리를 앞당길 수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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