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벽산건설, 옛 社主가 되찾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옛 대주주에 대한 지분매각을 둘러싸고 특혜 논란을 빚었던 벽산건설의 경영권이 결국 옛 대주주에게 되돌아간다. 이렇게 될 경우 벽산건설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던 기업의 옛 사주가 경영권을 되찾는 첫 사례가 된다.

벽산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의 이순우 기업금융단장은 "채권단 보유지분 68% 가운데 51%를 옛 대주주인 김희철 벽산 회장에게 매각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이번주 중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28일 밝혔다. 채권단은 지분 51%의 매각가격을 주당 5500원씩 모두 11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벽산건설 주가는 지난 26일 종가 기준으로 2700원이었으며 시가총액은 1023억원이었다.

벽산건설은 지난달 10일 옛 대주주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한다는 양해각서(MOU)에 따라 채권단 매각 지분에 대해 옛 대주주인 金회장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한다고 공시했다. 이때 실시된 공개 입찰에서 金회장은 경쟁업체가 제시한 가격보다 높은 4050원선에서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채권단과 벽산건설의 옛 대주주는 워크아웃 당시 경영이 정상화될 경우 대주주에게 우선매수청구권을 주기로 MOU를 교환했었다.

이에 대해 소액주주들이 "회사를 부실하게 만든 장본인에게 또다시 경영권을 넘겨주는 것은 특혜"라며 크게 반발하자, 채권단은 이달 초 "벽산건설의 지분 매각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재협상에 들어갔다.

채권은행의 한 관계자는 "벽산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갈 당시 상당수 기업이 경영권 박탈에 대한 우려로 재무상태가 나쁜 데도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것을 꺼렸다"며 "당시에는 기업의 워크아웃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경영이 정상화될 경우 대주주에게 우선매수권을 주기로 하는 내용의 MOU를 맺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말했다.

李단장은 "옛 대주주에게 지분매수 우선권을 주지 않는 방안 등을 논의했지만 소송이 제기될 경우 승소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옛 대주주에게 지분을 넘기기로 결정했다"면서 "다만 채권단이 손해를 보지 않는 수준으로 매각가격을 높였다"고 말했다.

金회장은 워크아웃에 들어간 뒤에도 채권단의 관리하에 경영을 맡아 2002년 10월 회사를 워크아웃에서 졸업시켰다. 채권단은 워크아웃의 기본 취지에 따라 부실기업을 정상화시킨 뒤 정당한 가격을 받고 넘겨주는 것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金회장 측이 최근 서울 중구 명동 중앙시네마 극장 부지를 약 260억원에 매각하고 외부자금 일부를 지원받아 인수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