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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포럼>양곡관리제 국회동의제 전문가 찬반의견-존속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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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회동의제는 양곡관리법에 의해 추.하곡 수매가격,수매량,수급계획에 대한 정부안을 매년 국회에 제출해 동의받도록 한 제도다.1950년 처음 도입됐다가 72년 농어민의 자율결정에 맡기기위해 폐지됐으나 88년 여소야대 상황에서 부활됐 다.수매량 확대와 수매가격 인상을 원하는 농민은 정치적 영향력 행사를 위해국회동의제 존속을 원하고 있다.그러나 폐지주장도 만만치 않다.
세계무역기구(WTO)회원국으로서 쌀보조금 감축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수매량.수매가에 대 한 국회동의제는 무의미하다는 주장이다.국회동의제에 대한 논의는 양곡관리제도의 개편에 대한 논의이기도 하고 WTO규범에 맞는 농가소득보전 및 쌀 생산기반의 확충 방안마련에 대한 논의이기도 하다.
학자들은 사실을 경시하고 탁상공론을 펼 때가 있다.그 예가 국회동의제 폐지론이다.
민생정치는 외면하고 권력만을 뒤쫓는 국회의원이 대다수이기는 하다. 그래서 이들에게 쌀 정책을 맡길 수 없다는 주장이 그럴듯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인의 역할을 전면부정하는 것 또한 무책임한일이다. 현재의 행정 및 사회경제 구조하에서 국회동의제를 폐지하고 행정부에 그 결정권을 전담시킨다면 더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우선 국회동의제가 도입되기 이전의 현실을 되돌아보자.쌀수매 당국은 농림수산부로 돼 있지만 실제의 영향력은 쌀정책에 대해 전문성이 별로 없는 경제기획원이 행사했다.
더구나 고위 공무원일수록 신분과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아 농민단체.시민단체.전문가의 주장을 수렴하다가는 불이익을 당하기 쉽게 돼 있었다.
그 결과 농민단체는 과격한 집회와 시위 등으로 의사를 전달해야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그러나 90년대 들어와 국회동의제가 도입돼 농민의 의사가 국회에서 논의되면서 농민의 시위는 줄어들고 대신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한 정책토론과 대안제시로 바뀌었다.국회동의 폐지론자들은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쌀은 시장경제에 전적으로 맡겨도 되는 단순한 경제재가 아니다. 쌀은 식량안보.지역안보를 위한 안보재이며,벼농사가 담당하는환경보전기능(93조원 농진청발표)을 고려할때 환경재이자 공익재다. 엄청나게 농약처리된 수입쌀이 위협하는 국민건강과 생명에 비추어 볼때 우리쌀은 생명재이며,또 문화가 지배하는 21세기에쌀은 민족문화적 의미를 지닌 문화재다.
세계무역기구(WTO)협정에서도 주요 농산물과 농민에 대한 보조.지원조항이 17가지나 명시돼 국제화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쌀은 국가정책적 지원관리 대상이다.
이렇듯 쌀이 갖는 다양한 기능과 모든 국민의 관심을 고려할때쌀은 정치재다.
따라서 독일.오스트리아처럼 이해당사자의 실질적인 대표로 구성돼 최종결정권을 갖는 기구가 대안으로 제시되지 않는 한 국회동의제는 존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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