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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게] "청바지 팔아 이웃 도왔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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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 김연수 교사와 학생들이 머리핀 등 액세서리를 팔고 있다. [최승식 기자]

"인기가수 휘성의 테이프가 단돈 1000원! 좋은 물건 싸게 사고 어려운 이웃도 도우세요."

'아름다운 나눔장터'가 펼쳐진 뚝섬유원지 광장 한 쪽에서 여중생 12명이 목소리를 모아 호객을 시작했다. 좌판에는 깨끗하게 쓴 참고서, 액세서리, 이제는 짧아진 청바지 등 정성껏 모아온 물품이 가득하다. 곁을 지나던 어른들이 "토요일인데 학교 안 가느냐"고 묻자 "오늘은 여기가 우리 교실이에요"라며 활짝 웃는다.

이들은 동명여중 '참사랑 나눔반' 회원들. 매달 1~2회 학교 인근 은평천사원을 방문해 장애우들의 식사 수발과 동반외출을 돕는 봉사 동아리다. 이날은 한 달에 한 번 있는 특활 전일 수업을 이용, 나눔장터에서 직접 물건을 팔아 수익금으로 불우이웃을 돕는 '아름다운 수업'을 위해 학교 대신 뚝섬 유원지를 찾았다.

나눔장터 참여는 동아리 지도를 맡고 있는 김연수(39)교사가 제안했다. 아름다운 가게 독립문점 단골인 金교사는 "나눔장터는 물건 아낄 줄 모르는 요즘 아이들에게 자원 절약 정신과 이웃사랑을 함께 가르칠 수 있는 기회"라며 "앞으로 매달 장터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장터 참여 전 회의를 열어 판매 수익금은 아름다운 가게와 사회단체 등에 모두 기부하기로 결정하고 종류별로 물품을 모았다.

집과 학교에서 하나 둘씩 모은 학용품과 옷가지.음반 등이 300여점. 옷은 한벌에 1000~2000원, 책과 음반은 300~3000원 등 물건 값도 머리를 맞대고 정했다.

책값을 깎으려는 아저씨와 흥정을 하던 김지인(15)양은 "장사를 시작한 지 4시간 만에 목이 쉬었다"며 "100원 벌기가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고 말했다.

오후 4시쯤 책 2권을 제외한 모든 물건이 팔렸다. 좌판을 접고 모여 앉아 세어본 수익금액은 9만8000여원. "생각보다 많이 벌었다"며 즐거워하던 학생들은 이날 수익금을 모두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했다.

신은진 기자<nadie@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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