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측은 23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다음 주부터 파업하기로 결정했다. 매주 월·화요일 촬영하는 ‘이산’ 출연부터 거부한다는 방침이다. 문제갑 노조 정책위의장은 “이산뿐 아니라 MBC의 모든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을 수 있다”며 “조만간 파업 수위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노조 측의 출연 거부는 유인촌 현 문화부 장관이 노조위원장으로 재임하던 1991년 6월 10일 출연료 인상 문제를 놓고 20일간 파업을 벌인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노조와 MBC는 지난해 11월부터 연기자들의 출연료 인상을 놓고 협상해왔다. 노조 측은 탤런트 8% 인상, 가수 17% 인상안을 제시했다. 반면 MBC는 탤런트 6%, 가수 15% 인상안을 내놨다. 하지만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해 21일 협상이 전면 결렬됐다. 노조 측은 한국방송(KBS)과는 탤런트 6%, 가수 15% 인상안에 합의(6일)했다.
‘이산’은 시청률 30%를 웃도는 MBC 간판 사극이다. 노조가 26일부터 촬영을 거부하면 다음 달 2일 방송분부터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MBC 제작운영팀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파업한 연기자들을 제외하는 형태로) 대본을 수정하는 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10일 종영 예정인 ‘이산’은 다섯 회 방영분을 남겨놓은 상태다. 26~27일 방영될 72~73회는 녹화를 거의 마친 상태여서 실제 파업의 영향을 받는 것은 3회분 정도다. ‘이산’ 출연자 중 정조 역을 맡은 이서진씨를 제외한 이순재(영조 역)·한지민(송연역)씨 등 나머지 탤런트는 노조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찬·기선민 기자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조=1988년 1월 설립됐다.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어디에도 가입돼 있지 않은 독자 노조다. 탤런트·성우·희극인·무술연기자·가수·모델·무용인·연극인, 분장·미술·효과 담당자 등 1만2000여 명이 가입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