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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과 주말을] ‘외규장각 도서 반환’ 프랑스 대표가 갑자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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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 1,2
조완선 지음, 휴먼앤북스
각 권 320·316쪽, 각 권 9500원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우리 고서(古書)를 소재로 한 팩션이다.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약탈해 간 외규장각 도서가 소설의 줄기다.

한국과 프랑스의 외규장각 도서 반환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프랑스측 대표 세자르가 숨진 채 발견된다. 그가 프랑스 국립도서관 지하 서고에서 발견한 ‘전설로만 알려진 한국의 고서’를 발표하기 불과 며칠 전이었다. 그의 죽음에 의문을 품은 동료 정현선은 진실을 찾아 나선다.

그는 도서관 사서로 일하면서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을 발견해 세상에 알린 한국인 학자다. 그가 도서관 서지 목록에도 없는 ‘전설의 책’과 세자르의 죽음을 파헤치면서 사건은 3년 전 중국인 왕웨이의 의문사로 연결된다. 세자르가 숨지기 전 받은 발송인 불명의 우편물에 왕웨이의 편지와 한 권의 책을 암시하는 암호가 적혀있었던 것. 여기서 이야기는 또 30년 전 도서관의 동양학 문헌실에서 왕웨이와 함께 일하던 일본인 마사코, 프랑스인 상트니에게로 확장된다.

‘전설의 책’과 관련된 비밀을 공유한 이들이 잇따라 살해되고 현장에는 늘 같은 표식이 남는다. 프랑스의 애국주의 비밀단체 ‘토트’의 상징이었다.

과연 ‘전설의 책’의 정체는 무엇인지, 왜 그 존재를 은폐해야하는지, 퍼즐을 풀기 위한 등장인물들의 여정이 한국·프랑스·독일을 무대로 펼쳐진다.

신간의 매력은 소설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진 역사적 사실이다.

구텐베르크에 얽힌 독일-네덜란드의 자존심 다툼(네덜란드 사람들은 구텐베르크가 코스터의 기술을 훔쳐 서양 최초의 인쇄술 발명가가 됐다고 믿는다), 중국 돈황(敦煌)의 고문서를 대량 반출한 프랑스의 동양학자 펠리오(13개 국어를 구사한 그는 굴에 쪼그리고 앉아 촛불에 의지해 2만 권이나 되는 고문서를 3주만에 독파했다) 등 흥미로운 역사가 이야기 흐름과 잘 어우러져 있다.

2년 여에 걸쳐 세계 희귀 고문서와 외규장각 문서 자료를 수집했다는 작가의 노력이 재미와 교양이 함께 있는 역사미스터리를 만들었다.

방대한 이야기를 촘촘히 엮어 긴박감 넘치게 이어간 구성도 돋보인다. 하나의 의문이 풀리면 또 하나의 수수께끼가 튀어나와 2권이나 되는 장편이 지루할 틈 없이 읽힌다.

소설 속의 한국인 정현선은 재불학자 박병선 박사를 모델로 했다고 한다. 프랑스 국립도서관 사서로 일하다 먼지에 뒤덮여 있던『직지』를 발굴하고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임을 증명했다는 것, 이 때문에 도서관을 쫓겨나다시피 나왔다는 것까지 박병선 박사의 이야기와 맞물린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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