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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구속영장 두 번 기각된 공천헌금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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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검찰의 공천헌금 수사가 궤도에서 벗어나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돈으로 국회의원 자리를 사고파는 정치권의 ‘관행’을 뿌리뽑겠다는 취지의 이번 수사는 여론의 지지를 받으며 시작됐다. 그러나 친박연대 비례대표 1번인 양정례 당선인의 모친 김순애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차례 기각되면서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같은 당 비례대표 3번 김노식 당선인이 구속은 됐지만 공천헌금보다 회사 돈 횡령 혐의 때문이어서 별개다. 선거법 위반 사건도 일반 형사사건과 마찬가지로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다. 우리는 검찰이 ‘구속의 징벌적 효과’라는 개념을 버리지 못한 데다 정치권의 눈을 의식해 이 같은 사태를 자초했다고 본다.

김순애씨의 영장 기각은 예상됐었다. 이달 2일 첫 번째 영장 청구 당시 법원은 “돈이 친박연대 공식 계좌에 들어갔고, 이 돈 외에 당직자에게 건네진 것이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그렇다면 이번엔 비공식 계좌나 특정 당직자에게 전달된 돈의 실체와 규모·목적 등을 영장에 담아야 했다. 김씨가 서청원 대표를 소개해 준 사람에게 준 사례비가 1500만원이었다는 사실만을 추가해 영장 발부를 기대한 것은 무리였다.

김노식 당선인의 사법 처리도 어정쩡하기는 마찬가지다. 법원은 김씨가 당에 빌려줬다가 돌려받았다는 15억원이 공천 대가였는지에 대한 판단을 명확하게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자신의 회사 돈을 횡령한 사실을 인정해 영장을 발부했다. 친박연대 측이 “공천 비리 수사가 안 되니까 다른 혐의로 구속하는 등 특정 정당을 흠집내기 위한 표적 별건 수사”라고 비난할 만도 하다.

검찰은 공천 비리 관련자의 구속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재판부가 징역형 여부를 결정하게 하면 된다. 꼭 구속이 필요한 사안이라면 제대로 입증을 하라. 그렇지 않다면 관련자들을 불구속 기소한 뒤 철저한 보강 수사를 통해 유죄를 입증하면 그만이다. 정치권의 반응도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지금 공천헌금 수사팀에 필요한 것은 불편부당한 자세로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