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놓고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와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설전을 벌였다. 버시바우 대사가 전화로 “‘30개월 미만의 소만 수입돼야 한다’는 손 대표의 발언에 실망스럽다”고 따졌다. 그러자 손 대표가 “야당대표에게 이런 식으로 전화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받아쳤다고 한다. 또 손 대표가 통화내용을 공개하자 버시바우 대사는 “사적인 대화를 공개해 좀 놀랐다”고 응수했다고 한다.
버시바우 대사의 언행은 주재국 대사로서는 온당치 못했다. 대사는 양국 현안을 놓고 주재국 정치지도자들에게 전화로 자신의 견해를 밝힐 수 있다. 그러나 그 방식에는 외교관으로서의 덕목이 배어 있어야 한다. 버시바우 대사로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한 손 대표의 처신에 불만을 가질 법도 하다. 그러나 ‘실망스럽다’는 식의 직설법을 쓰거나, 손 대표의 주장대로 따지듯이 몰아붙였다면 외교관으로서 취할 태도는 아니다. 또 내용이 공개됐다고 손 대표와의 통화를 ‘사적인 대화’로 규정하는 것도 엉뚱한 감이 있다. 한국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사적’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손 대표도 잘한 것이 없다. 손 대표로선 버시바우 대사의 말에 불쾌감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통화내용을 전격 공개한 것은 부적절한 대응이었다. 버시바우 대사가 손 대표에게 “대화내용이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아 전화를 했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신의가 없다는 말이다. ‘미국대사가 불손했다’는 식의 대화내용이 공개될 경우 어떤 결과가 올지는 손 대표 스스로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특히 그러한 공개가 정파적 이익이 되느냐 여부를 사전에 검토까지 했다고 한다. 순수하지 못하다.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반미 바람을 불러일으키자는 정치적 계산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나라 전체를 고려하는 국가지도자로서의 의연함보다는 미국대사와 ‘비공개적으로 나눈 얘기’를 공개해 정파나, 자신의 정치적 이익만 챙겨 보겠다는 얄팍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