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부정축재 사건-盧씨 조사 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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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검찰 소환조사는 비자금 전체규모.조성경위.사용처등 세가지를 규명하는데 집중될 예정이나 그중 가장관심을 끄는 대목은▶돈준 기업인 커넥션▶대선자금 지원내용이다.
盧씨가 검찰 조사에서 입을 열어 기업인들의 명단 과 받은 금액등을 낱낱이 밝힐 경우에는 그 내용 자체가 「폭탄선언」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파장도 엄청나게 클 수밖에 없다.
대선자금 지원내용도 이미 정치권의 핵심쟁점으로 부각돼있어 여야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盧씨측은 일단 이번 조사에서는 기업인들의 명단을 밝히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盧씨는 기업인들이 자신에게 준 돈은 이권이 개입된뇌물이 아니라 성금이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盧씨는 이를 반영하듯 검찰에 제출한 소명자료에 특정 기업인들의 명단을 적시하지 않고 「대부분의 기업」이라고만 언급했다.
그러나 검찰은 盧씨에 대한 조사에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조사,돈을 준 기업인들의 명단을 반드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盧씨비자금 조성액과 경위를 밝히자면 누구로부터 어떤 명목으로 돈을받았는지를 밝히는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안강민(安剛民)대검 중수부장은 31일 『盧씨에 대한 조사에서비자금의 조성액과 조성경위를 집중 조사할 것』이라며 『어느 기업인들이 盧씨에게 무슨 이유로 돈을 주었는지가 조성경위를 따지는 데 필수적인 사항』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금까지 검찰 수사결과와 율곡비리.상무대비리.수서사건등 6공 4대 의혹사건에 대한 과거 수사기록을 토대로 盧씨와 이들 기업간의 관계를 꼬치꼬치 캐물을 계획이다.
검찰은 이를 위해 盧씨측이 제출한 11개 통장과 검찰 조사로밝혀진 비자금 계좌의 입출금 내역을 면밀히 검토해 뭉칫돈이 입금된 시기등을 챙기고 있다.
검찰은 이 뭉칫돈이 입금된 경위를 盧씨에게 집중 추궁해 盧씨의 비자금 조성 규모에 접근해가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또 뭉칫돈이 입금된 시기가 수서사건.율곡비리등 6공시절의 각종비리 사건의 시점과 맞아 떨어질 경우 이를 집중 추궁함으로써 盧씨가 각종 이권을 제공하는 대가로 기업들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또 정주영(鄭周永)현대그룹 명예회장등이 기업들이 의례적으로 건네주는 떡값의 규모도 盧씨 재임중 시기별로 차이가 있었다고 밝히고 있어 시기별 떡값의 규모를 밝혀내는 작업도 벌일 계획이다. 검찰은 盧씨에 대한 조사에서 동화은행 본점에 「성산회」「유성회」「청림회」명의로 예치돼 있던 369억원을 지난 93년9월과 10월 「한보상사」명의로 실명전환해준 정태수(鄭泰守)한보그룹 총회장과 盧씨의 관계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盧씨와 사돈관계를 맺고 있는 선경과 동방유량과의 관계도 이번조사의 중점 추궁 대상.
대선자금과 관련,검찰은 큰 의지가 없어 보인다.그러나 盧씨측이 정치적 의도로 모든 내용을 소상히 진술할 가능성도 없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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