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 가격이 휘발유 값을 앞지르는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세계적으로 경유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경유는 공장을 가동할 때 많이 쓰는 산업용 기름이다. 중국·인도 등 신흥 공업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경유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 초 배럴당 108달러였던 국제 경유 시세는 지난주 163달러로 51%나 뛰었다. 이에 비해 휘발유 값은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 연초에 배럴당 99달러였던 국제 휘발유 가격은 지난주 현재 130달러로 31% 오르는 데 그쳤다.
특히 경유는 국내에서 자영업자들이 트럭용으로 많이 쓰고 있어 이들의 경제적 타격이 크다.
경유 값 급등에 정부도 뾰족한 대책이 없어 속수무책이다. 국내 석유류 가격이 국제 시세에 연동돼 결정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름 값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올 3월 유류세를 인하했지만 효과가 1주일도 가지 못했다. 기름 값 상승분이 세금 인하분을 금세 잡아먹었기 때문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대한석유협회 주정빈 부장은 “국제 시장의 수급 상황을 살펴보면 경유와 휘발유 가격 격차는 상당 기간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21일 국제 유가는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130달러 선을 돌파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 개장 전 전자거래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전날보다 배럴당 1.2 달러 오른 130.28 달러까지 치솟았다.
최익재·한애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