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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값 1816원·휘발유 1786원 … 기름 값 첫 역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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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주유소의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값을 앞질렀다. GS칼텍스는 21일부터 주유소의 경유 공급가격을 L당 1812원으로 올려 휘발유의 1778원보다 24원 더 비싸게 책정했다. 에쓰오일도 1750원으로 올려 휘발유 값인 1740원보다 10원 더 비싸게 공급하고 있다. SK에너지는 하루 늦은 22일부터 L당 경유는 1816원, 휘발유는 1786원에 공급한다. 현대오일뱅크는 23일부터 비슷하게 조정할 계획이다.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값을 앞지르는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세계적으로 경유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경유는 공장을 가동할 때 많이 쓰는 산업용 기름이다. 중국·인도 등 신흥 공업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경유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 초 배럴당 108달러였던 국제 경유 시세는 지난주 163달러로 51%나 뛰었다. 이에 비해 휘발유 값은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 연초에 배럴당 99달러였던 국제 휘발유 가격은 지난주 현재 130달러로 31% 오르는 데 그쳤다.

특히 경유는 국내에서 자영업자들이 트럭용으로 많이 쓰고 있어 이들의 경제적 타격이 크다.

경유 값 급등에 정부도 뾰족한 대책이 없어 속수무책이다. 국내 석유류 가격이 국제 시세에 연동돼 결정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름 값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올 3월 유류세를 인하했지만 효과가 1주일도 가지 못했다. 기름 값 상승분이 세금 인하분을 금세 잡아먹었기 때문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대한석유협회 주정빈 부장은 “국제 시장의 수급 상황을 살펴보면 경유와 휘발유 가격 격차는 상당 기간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21일 국제 유가는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130달러 선을 돌파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 개장 전 전자거래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전날보다 배럴당 1.2 달러 오른 130.28 달러까지 치솟았다.

최익재·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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