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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 한마디] “큰돈 벌려면 독점 기업 주식에 투자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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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큰돈을 벌고 싶다면 독점을 하라, 그게 안 되면 독점 기업 주식을 사라.”

유리자산운용 김용태(사진) 해외투자팀장은 독점 예찬론자다. 크게 성공하는 기업은 모두 어떤 식으로든 독과점을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투자의 달인으로 꼽히는 워런 버핏도 “투자 기업의 독점력이 얼마나 오래갈지를 먼저 본다”고 했으니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다. 빌 게이츠가 소프트웨어 왕국 마이크로소프트를 키운 것도 결국 ‘윈도’라는 운영체제의 독점 공급을 통해서다.

그러나 김 팀장이 말하는 독점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을 없애거나 비합법적으로 담합하는 전통적 의미의 독점이 아니다. 그는 “과거처럼 생산량·가격을 담합해 독과점 체제를 유지하는 방식은 더 이상 쓰기 어렵다”고 말했다. 각국 정부가 이를 불법으로 보고 강력히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남이 생각지 못했던 물리적 공간이나 소비자의 기호, 독특한 상품·서비스를 통해 시장을 석권하는 것이야말로 합법적 독점”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턴이 사용한 ‘지역 독점’ 전략이 대표적이다. 월마트는 경쟁사인 K마트가 인구 5만 명 이하 소도시에는 매장을 내지 않을 때 거꾸로 인구 5000명 이하 도시를 파고들어 동네 시장을 완전히 휩쓸었다. 김 팀장은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해 MP3 플레이어 시장을 장악한 애플과 꾸준히 매니어층을 유지하고 있는 오토바이 회사 할리 데이비슨도 이런 기업”이라고 말했다. 최근 다소 빛이 바래긴 했지만 세계 최대 커피 체인 스타벅스도 비슷한 유형이다. 그는 “미국 식품회사 크래프트가 수퍼마켓 진열대에서 눈에 잘 띄는 특정 위치를 선점한 것도 넓은 의미의 독점”이라고 덧붙였다.

김 팀장은 “같은 의미에서 주류·담배·카지노 회사도 투자 대상으로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다”고 주장했다. 상당수가 독과점 형태인 데다 판매 가격에 비해 제조 비용이 매우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특정 상표에 대해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를 많이 갖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그는 “무엇보다 이들 업종은 항상 수요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가 나빠도 소비가 별로 줄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전 투자에선 어떻게 응용해야 할까. 김 팀장은 “기혼 남성이라면 아내가 백화점·할인점에 함께 가자고 할 때 귀찮아하지 말고 꼭 따라나서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결국 독과점 기업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는 “주가 상승이라는 선물은 대규모 생산설비를 가진 덩치 큰 회사보다 소비자의 욕구와 구매 방식을 잘 파악하는 기업에 주어진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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