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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홈뉴패밀리>16.함께하는 음식문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아이들 운동회,소풍이 한데 몰려있는 가을은 주부들이 바쁜 계절이다.집집마다 잔손이 많이 가는 김밥에 간식까지 챙기는데 힘을 쏟느니 아예 여러 집이 준비를 나눠맡는 현대판 음식품앗이가늘고 있다.
또 며느리들끼리 제사음식이나 시부모님 생신을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나누는 집들도 많다.최근에는 프라이스클럽.킴스클럽 등물건을 대량으로 싸게 파는 창고형 도매점들이 늘어나면서 식품이나 일상용품을 공동구매하는 품앗이쇼핑 문화도 자 리잡고 있는 추세다. 주부 정민희(31.경기도성남시신흥동)씨는 아들 정한이의 유치원 운동회 준비를 아파트 같은 동에 사는 네 집이 함께하기로 했다.
운동회가 일요일에 열리는 만큼 음식을 나눠 먹노라면 네집 식구들이 자연스레 인사를 나누게 될 터.
먼저 각자 가장 자신있는 요리를 정한 후 동네슈퍼에서 같이 장을 보았다.
지영이네는 오이겨자채.불고기.과일샐러드를,수빈이네는 대추.밤.콩을 섞은 찹쌀밥과 김치를,다은이네는 쇠고기를 넣은 계란말이를,그리고 정씨네는 오징어볶음과 참치 김치찌개를 준비했다.
장보기에 든 비용은 집집마다 1만원씩 총 4만원.돈이 절약된것은 물론 평소 서먹했던 남편들끼리도 「이웃사촌」이 되어 모두만족해하고 있다.
이같은 음식품앗이가 이웃간에만 성행하는 것은 아니다.주부 김미경(34.서울강남구논현동)씨는 4형제 집안의 맏며느리지만 집안대소사를 치르는 게 그리 고달프지만은 않다.
***이웃끼리 사이도 좋아져 시부모님 생신 때마다 네 며느리가 각각 두가지씩만 요리를 준비해와도 금세 한 상이 차려지기 때문. 4남1녀 형제의 셋째 며느리인 주부 박경희(36.서울양천구신정동)씨 역시 동서 넷이 음식이나 시부모님 선물 등을 평등하게 나누어 부담한다.
『처음에는 무슨 음식을 따로따로 해오느냐며 탐탁지 않아 하시던 시부모님이 지금은 흔쾌히 찬성하세요.우리들끼리도 맏이라서,막내라서 하는 부담과 피해의식이 없어져 좋구요.』 朴씨는 서구에서 일반화된 포트럭파티(파티 참석자가 음식을 한가지씩 해가지고 오는 파티 형태)의 장점이 우리 안방까지 들어온 셈이라고 분석한다.
***서구식 파티형태 도입 양평동 프라이스 클럽을 애용하는 주부 최서영(29.서울영등포구 당산동)씨는 『우리집 세식구가 쓰기에는 프라이스 클럽의 판매단위가 너무 커 이웃 주부들과 함께 치약.휴지.라면.아이들 스케치북 등을 함께 산 뒤 나누어 쓰고 있다』고 소개한다.
이렇게 한 뒤 공연히 물건을 많이 쌓아놓고 낭비하는 버릇이 없어진 것은 물론 생활비가 많이 줄어 좋다고.
이처럼 젊은 주부들 사이에 「함께 나누는 생활문화」가 확산되는데 대해 주부 홍용자(35.서울노원구상계동)씨는 『핵가족 시대를 사는 신세대 주부일수록 살림솜씨에 자신이 없는게 사실』이라며 『어른들 대신 주부들 서로가 가르쳐 주고 배 우자는 추세인 것 같다』고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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