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법적 민주주의 정착 계기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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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통령을 한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전직 대통령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도대체 어쩌다 당당하고 자랑스러워야 할 대통령 자리가 한낱 부끄러움이 되었을까.그것은 한마디로 대통령을 할 수 없는 사람이 국가원수 자리에 앉았기 때문이 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려면 훌륭한 정치지도자로서의 경륜을 평생 쌓아 국민의 추앙을 받는 공인의 자질부터 갖추었어야 옳았다.이제 드디어 총체적 부정.부패.부실 공화국의 원인을 알게 되고 더불어 아랫물도 맑을 수 없었던 원인이 밝혀지 니 허탈과 좌절만 앞설 뿐이다.
가을들어 한국정치는 소용돌이 속에서 정치의 새판을 짜기 위한별별 루머가 난무하는 가운데 정치권의 숨이 턱까지 차더니 결국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정치권력은 곧 돈이라는 등식,즉 통치권력이 돈을 만들어내는 조폐창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만천하에 드러난 순간 저간의 정치와 정책이 오죽했을까.우리의 심정도 참담할 뿐이다.스스로 법을 어기고 국민을 우롱하며 국가와 사회의 부실을 조장한 책임을 이제 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번 사건은 그러나 앞으로 한국정치의 전개에 중요한 교훈과 전기를 마련해준다.하나는 앞으로 국가의 공권력이 정치자금 모금에 동원될 수 없다는 규범과 관행이 새롭게 확립될 것이라는점이다.정치자금은 투명한 유리상자 속에서만 정당성을 갖는다.국고보조며 개인후원회의 지원만으로 선거도 정치도 가능해지는 것이지 권력을 남용해 이권에 관여하거나 강요에 의해 정치자금을 모으는 일이 재발될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질 것이다.
더불어 정경유착의 고리가 끊어지는 전기가 되며,경제도 드디어정당한 경쟁으로 승패가 갈리는 시대를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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