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정치.족쇄 행정.2流 수출 썰렁한 수출 천억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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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5천억원」과「1천억달러」(80조원).전자는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이 재임기간 기업들로부터 끌어모았다고 밝힌 「비자금」이고,후자는 4,500만명의 국민 한사람당 2,100달러(160만원)조금 넘게 수출해 쌓은「땀묻은 돈」이다.국민 31만2,500명이 열달 가까이 열심히 수출한 만큼의 돈을 盧씨 한사람이앉아서 주물렀다.28일로 수출 30년만에 대망의 수출 1,000억달러 시대를 맞는다.
세계 각국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마당에서 고지에 올랐는데도 잔칫집 분위기가 별로 없는데는 비자금과 관련된 이런 산수,거기서오는 국민의 허탈감이 있지 않았을까.이날 1,000억달러 수출을 돌파했는데도 재계의 공기가 썰렁한 것이 이를 반영해주는 듯하다. 우선 장래를 걸머질 대표 상품이 눈에 안보인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마음놓고 뛸수있는 제도가 잘 되어있냐하면 그것도 아니다.경쟁국들은 기업을 도와주는 제도를 만들어내지 못해 안달인데 우리는 오히려 뛰는 경제계의 뒷다리만 잡고 있는 형국이다.
게다가 국내정치는 전직대통령의 「비자금소동」수준이다.대외 국가이미지는 빵점이다.되레 「메이드 인 코리아」를 붙이기가 겁날정도다. 수출상품 하나만 보자.말이 1,000억달러지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걱정부터 앞선다.반도체.전자.자동차정도 말고는팔 만한게 별로 없다는게 수출역군들의 공통된 지적이다.정부눈치보며 투자한 반도체 한개 품목 정도가 남는 장사를 할 뿐 자동차.가전의 이익은 별로 남지도 않는다.
『이들을 대체할 「차세대」수출주도 상품이 나와주어야만 할 때』라는 민간경제계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규제일변도의 각종 정부정책이나 시각도 문제다.『이제는 수출과투자가 연계된 수출전략을 짤 때다』(조용수 럭키금성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
그런데도 정부의 사고나 정책틀은「소나기 수출」이 만능인 과거때와 별반 달라진게 없다는 지적들이다.한마디로 『해외투자는 막고,수출만 늘리면 제일』이란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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