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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검역주권 레터로 보장 … 기존 합의보다 높은 효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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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20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한·미 쇠고기 추가 합의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우리나라의 검역주권이 양국 장관의 서명이 담긴 외교문서로 명문화됐다.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협정문을 손대지 않으면서, 별도의 레터(letter)로 이를 보장하는 방식이다. 서명이 담긴 레터는 외교 관행상 ‘성명(statement)’보다 높은 수준의 문서로, 법적 효력을 지닌다.

통상교섭본부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추가 협의 내용을 발표했다. 양국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20조 등에 따라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를 인정하기로 했다. 또 수입위생조건상의 특정위험물질(SRM)의 범위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수준에 맞추도록 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내수용과 수출용 쇠고기에 대해 동일한 규정을 적용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 우리는 ▶반송 및 검사비율을 늘리고 ▶2회 이상 위반 시 검역을 중단할 수 있는 권한을 확인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에 광우병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우리 국민의 건강이 위협받는다고 판단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도록 했다”며 “이번 레터는 양국이 합의한 수입위생조건 이상의 효력을 갖는다”고 밝혔다.

이번 추가 협의로 정부는 그간 논란이 됐던 부위를 수입금지품목으로 명시하고,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 말고도 수입을 중단할 수 있는 근거를 명문화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 등이 요구해온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입 문제는 이번 추가 협의에서 빠져 반대 여론이 수그러들지는 미지수다. 또 수입위생조건은 수정되지 않아 향후 통상마찰의 소지도 남겨놓았다. 이번 레터에서 미국이 인정한 부분은 우리나라의 수입중단 권리일 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이르면 23일쯤 이 같은 추가 협의 결과를 반영한 장관 고시를 시행할 예정이다. 김종훈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이번 레터의 효력은.

“양국의 장관급 인사가 격식을 갖춘 서한에 서명하고 첨부물을 붙인 것이다. 양국 차관보가 서명한 수입위생조건 합의 이상의 효력이 있다. 혹시 분쟁이 생기면 이번 레터는 중요한 논거로 활용된다.”

-광우병이 발생해도 ‘건강이 위협받는다’는 전제가 충족돼야만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

“위험의 정도가 어다까지냐를 판단하는 주체는 우리 정부다. 우리 정부의 의지에 따라 즉각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광우병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천재지변이 발생하거나, 검역체계에 큰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되면 수입을 중단할 것이다.”

-국민 건강에 위험이 되는지를 우리가 입증하지 못하면 분쟁이 발생하는 것 아닌가.

“수입위생조건에 보면 광우병 발생 시 미국은 물론 우리도 즉각적인 조사에 나서게 돼 있다. 일단 수입을 중단하고 이와 별개로 역학조사를 진행한다는 의미다. 물론 위험하다는 입증 책임은 우리에게 있고, 미국 측은 견해가 다를 수 있다. 협의를 통해 풀어갈 수 있고 만약 협의가 안 되면 분쟁이 발생한다. 그간 한·미 간에 수차례 분쟁이 있었다. 분쟁은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추가 협의가 아닌 재협상도 가능한가.

“수입위생조건에는 어떤 이유에서든 협의를 요청하면 상대국은 늦어도 7일 안에는 응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상당한 정도의 통상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라면 합의는 신뢰를 위해 지키는 것이 좋다.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 있거나, OIE 기준이 바뀌거나, 미국과 다른나라의 협상 결과가 우리와 차이가 나는 등 사정에 따라 재협상은 할 수 있다.”

-국민이 우려하는 동물성 사료 금지의 추가 강화 조치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에 대해서는 협의하지 않았나

“이번 사료 금지 조치는 97년 조치에 비해 대상이 넓어졌기 때문에 분명히 강화된 조치다.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은 국제적인 기준에 따라 결정한 것이다. OIE는 30개월 이상 쇠고기도 위해물질을 제거하면 교역할 수 있도록 정의하고 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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