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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률적 세제 정책이 ‘국가 균형발전’ 발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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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역 간 격차를 줄이고자 수립된 ‘균형발전 정책’이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 이후 인구와 소득은 오히려 수도권으로 점점 더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들어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제정되고, 대통령 직속의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만들어지는 등 외견상으로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균형발전에 중점을 두었다. 국민들도 가시적 성과를 기대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수도권에 대한 각종 규제와 간섭으로 수도권 자체의 성장 동력마저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 결과 중심으로부터 주변으로의 경제적 과실 확산은 더욱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국토는 좁지만 교통망이 상대적으로 발달한 우리나라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구분해 성장정책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수도권을 규제로 꽁꽁 묶어 놓은 상태에서 타 지역의 경제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여러가지 면에서 어렵기 때문이다. 더 나은 여건과 기회를 가지고 있는 수도권으로 고급 두뇌와 자본이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외국의 예를 봐도 이를 억지로 막다 보면 결국 부작용만 발생할 뿐이었다.

실제로 지역의 경제력을 대변하는 1인당 지역 내 총생산(GRDP)의 경우 1998년 이후 2006년까지 지역 간 격차가 계속 커지고 있다. 균형발전을 기치로 내걸고 막대한 조직과 자금을 투입한 참여정부의 여러 정책들은 오히려 지역 간 격차를 확대시킨 셈이다.

지난해 참여정부가 내린 하이닉스의 이천공장 증설 불허 결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늘날과 같은 지방자치시대에 기업이 원하고, 지역 주민이 쌍수 들고 환영하는 일을 중앙정부가 환경오염을 이유로 허용치 않은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환경문제가 중요치 않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환경오염을 미리 예상해 공장 증설을 막았다는 것은 현명한 의사결정이라 할 수 없다. 오염물질 유출을 방지할 수 있는 새로운 공법이 많이 개발되어 있다.

또한 정부는 언제라도 기업의 환경기준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감독할 수 있는 장치를 가지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오염물질 배출권 거래제도와 같이 환경오염을 추가로 유발하지 않으면서 기업의 경제활동을 진작시키는 제도들을 활용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얼마 전 전경련이 이천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과 여주 KCC 판유리 공장 증설 허용 등 수도권 규제 완화를 요청한 것에 대해 새로운 시각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 대 비수도권’이라는 이분법적이고, 대립적인 사고에 기초해 국가 균형발전을 이루려고 하는 발상 자체가 잘못이다. ‘수도권과 그 이웃’이란 시각에서 수도권이 잘 되면 이웃도 발전할 기회를 더 많이 갖게 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이웃이 잘 되면 수도권도 그 과실을 나눌 수 있다는 상생 인식이 절실한 시점이다.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역의 특수성에 따른 조세정책 개혁도 반드시 필요하다. 전국에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각종 비과세·감면 제도는 하루바삐 고쳐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축적인 세제 운영권이 지역에 주어져야 한다. 불필요한 규제와 간섭을 폐지하고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이다.

박완규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