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울 6개 산 발원 하천 상류 소규모 댐 10개 건설 추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서울시가 수락산·관악산·도봉산·삼성산·청계산·북한산 등 서울 시내 6개 산에서 발원하는 하천 10곳에 제방 폭 50∼100m 정도의 소규모 댐(일명 아기댐)을 건설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상 기후로 인한 폭우에 대비하고, 갈수기에도 하천에 물이 흐르게 하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하천의 상류 또는 계곡부에 중·소규모의 저류지를 만들어 빗물을 재활용하고 봄·가을에도 계곡에 물이 흐르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그동안 홍수 방지가 주목적이었던 치수(治水) 위주의 하천 관리를 뛰어넘어 물 부족 시대에 대응하는 ‘이수(利水)’의 개념을 도입하겠다는 취지다. 그동안은 여름철에 최대한 빨리 하천의 물이 한강으로 유입되게 하는 데에 중점을 둬왔지만, 하천 관리 능력이 개선된 만큼 상류에 물을 저장하면서 홍수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미니댐 설치를 고려하는 있는 곳은 ^수락산 당현천 ^ 관악산 도림천 ^도봉산 우이천·도봉천 ^ 삼성산 시흥천 ^청계산 여의천·양재천 ^북한산 불광천·녹번천·홍제천 등 6개 산에서 발원하는 10개 하천이다.

서울시 황요한 물관리기획팀장은 “현재 서울 시내 36개 하천 중 물이 흐르는 하천은 10개에 불과하다”면서 “서울시는 2012년까지 모두 1956억원을 들여 시내 모든 하천에 물이 흐르도록 하고 하천에 친수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는 그동안 물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한강이나 중랑천 등의 하천 하류나 지하수를 끌어다 쓰는 것을 주로 고려해 왔다. 그러나 이런 방법이 과다한 에너지가 들고 지하 환경을 파괴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미니댐 건설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게 됐다.

시는 시범적으로 수락산 상류인 당현천 동막골에 저수량 2만5000t 규모의 미니댐(지도)을 2010년까지 완공하기로 했다. 당초 당현천도 지하철 7호선의 지하수를 끌어올려 쓰는 것을 검토했으나 미니댐을 건설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이 사업은 서울시가 70억원 정도를 대고 노원구가 사업을 맡아 진행한다. 댐 규모는 길이 50m, 높이 10m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시는 최근 성북구의 요청에 따라 국민대 앞 및 북한산국립공원 내부 등 정릉천 2곳에 길이 10m 정도의 미니댐을 짓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 시내 하천 상류에 미니댐을 건설하는 방안을 놓고 환경단체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운영위원장은 “한강 지천 상류에는 저류지를 만들 만한 공간이 별로 없다”며 “일정 규모 이상의 댐을 만든다면 지천 상류의 생태계를 파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장일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사무국장도 “서울시 계획에는 자연하천을 복원하는 개념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수락산 미니댐의 규모를 저수량 10만t 정도로 검토했으나 환경영향 평가 과정에서 한강환경청의 반대에 따라 2만5000t 규모로 축소했다. 서울시 문승국 물관리국장은 “서울시는 반세기의 도시개발 과정에서 계곡과 하천이 메마르고 지하수 수위가 낮아졌다”면서 “전문가 및 환경단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미니댐 건설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