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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독도 일본 영토’ 교과서는 엄중한 도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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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훈풍이 부는 듯하던 한·일 관계가 다시 급랭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중학교 사회과용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명)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명기키로 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 때문이다. 보도대로라면 2012년부터 사용되는 일 중학교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 영토라는 기술이 담기게 된다.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이를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묵과할 수 없는 엄중한 도발이다.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일 관방장관은 어제 “다케시마가 일본 영토라는 일 정부의 일관된 주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어떻게 기술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확정된 방침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명박 대통령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강력히 시정을 요구하라”고 지시하고,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엄중한 항의와 함께 시정을 요구한 것은 선제적 대응이 필요할 만큼 중대한 사안이라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일 정부는 북방 열도는 일 영토라고 교과서에 기술하면서도 독도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제 그 선을 넘겠다는 것이다.

한·일 정상이 만나 미래지향적인 ‘한·일 신시대’의 개막을 선언한 것이 불과 한 달 전이다. 과거사에 발목이 잡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던 지난날의 실수를 답습하지 말자는 합의였다. 그래 놓고 뒤로는 독도는 일본 영토라고 교과서에 명기하는 절차를 일 정부가 밟아왔다면 이는 국가 간 신의를 저버린 배신 행위다. 이 사안이 양국 관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한다면 일 정부는 독도 영유권의 교과서 명기 방침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

청와대와 정부가 이례적으로 강력히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한 것은 국민 감정에 대한 정치적 고려도 있었다고 본다. 독도는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엄연한 한국 영토다. 국민 정서에 휘둘리다 보면 결국 지난 정부의 전철을 되풀이할 수 있음도 유념해야 한다. 단호하되 지혜로운 대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