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다” 기관 매수 우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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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정치권의 비자금 폭풍이 주식시장을 강타한 23일 겁에 질린 일반투자자들은 주식을 내던지다시피 처분하기에 바빴으나 프로인 기관들은 오히려 싼 가격에 주식을 사들이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프로들은 역시 시세의 뒤안길을 걸었고,『위기는 기회로 연결된다』는 증시격언을 실천에 옮겼다.
증권사 시장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투신.은행.보험.연금기금등 기관투자가들은 아침부터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일찌감치 매수주문을내기 시작,주문기준으로 80만주 매도에 486만주의 매수주문을내 매수우위를 보였다.주요 매수종목은 삼성전자 .LG전자.한전.삼성전관.포철.현대자동차.제일제당.LG화학등 대형 우량주가 많았다.외국인들도 규모는 많지 않았지만 40만주 매도에 56만주의 매수주문을 냈다.
이에 대해 증권사 관계자들은 『기관들이 이번 비자금 파문을 악재로 간주,매수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으나 저가주문을 내는등 신중함을 보인 것은 주가의 추가조정 가능성에 대한 수위조절』이라고 말했다.
비자금 파문이 단기에 매듭이 지어진다는 확신이 선다면 공격적인 매수를 구사할수 있지만 시간을 끌 가능성이 없지 않으므로 매수시기를 약간 늦춘데 불과할 뿐이란 해석이다.
증권사 객장에서도 장외악재에 노련해진 투자자들은 간간이 매수주문을 내는 장면이 목격됐고,『지금은 주식을 살때』라는 지점장들의 투자권유도 적지 않았다.
종합주가지수는 23포인트나 떨어지는 폭락장이 전개됐지만 2,500만주에 이르는 거래량은 이같이 폭풍우 속을 뛰어드는 프로들의 발빠른 결단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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