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차명계좌 300억원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비자금으로 밝혀지면서 재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번 사태의 불똥이 일파만파로 기업들에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재계 고위관계자들은 휴일인 22일 오후 이 소식을 전해듣고 사태의 심각성을 우려,사건경위와 파장등을 챙기느라 촉각을 곤두세웠다. 재계 한 인사는 이날 『관련기업인 사법처리가능성과 세무조사설등이 벌써 번져 솔직히 뒤숭숭하다』며 조만간 밀어닥칠 한파를 우려했다.
그는 『6공 때 30대그룹치고 청와대 정치자금에 협력하지 않은 곳이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며 그 동안 수차례 루머로 끝났던 비자금설이 실체화한 데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제의 6공 비자금이 300억원에 그칠지,아니면 소문대로 4,000억원까지 갈지는 검찰 수사결과를 더 봐야 알 일이다.그러나 돈의 조성경위를 캘 경우 굵직한 그룹기업들이 엮일 개연성은 높다는 게 재계인사들의 분석이다.
이들 돈이 적법한 정치자금임이 입증되지 않고 불법자금으로 드러날 경우,돈을 준 기업도 받은 사람과 동일한 형사처벌을 받게돼 있어 빠져 나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5,6공 때 신규사업이나 정부공사수주 감사표시,명절 인사,부실기업 인수,골프장등 이권사업,대통령이나 영부인 생일등 여러 명목으로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정치자금이 전달됐다는 소문은 늘 있어왔다.
중소기업을 하는 J사장은 『이번에 4,000억원의 실체가 드러나면 국고로 환수해 중소기업 지원자금으로 써 달라』는 이색주문까지 했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모처럼 문민정부들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었다는 대(對)국민 이미지를 심어왔는데 지난 일로 기업이미지를 또 흐리게 될까봐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재계는 일단 수사당국과 정치권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이번 일의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