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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시간’견뎌내고 63명 극적 생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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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中>이 18일 지진으로 무너진 쓰촨성 시팡의 화학공장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쓰촨성 AFP=연합뉴스]

쓰촨(四川)성 지진 매몰자 구조작업이 막바지로 접어 들면서 기적적인 생환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17일에는 63명이 매몰된 후 생리적 한계시간인 72시간을 이겨내고 구조됐다. 또 성금 모금에는 정보기술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감격의 장면 잇따라=진앙지인 원촨(汶川)현의 잉슈(映秀) 마을에서는 17일 천리 길을 달려온 어머니가 125시간 만에 구출된 아들을 만나는 기적이 일어났다. 주인공은 구이저우(貴州) 출신의 장위항(蔣雨航·20). 고속도로 관리인인 그는 야간근무를 마치고 장기 투숙 중이던 잉뎬(映電) 여관에서 잠을 자다 변을 당했다. 지진 소식에 아들의 생사가 걱정됐던 노모는 천신만고 끝에 잉슈 마을을 찾아갔다. 다행스럽게도 모친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구조대는 폐허 더미에서 아들을 구해내고 있었다.

러시아 구조대는 17일 밤 두장옌(都江堰)시에서 건물 잔해 밑에 127시간 동안 매몰된 할머니(61)를 구했다. 외국인 구조대에 의한 첫 생존자다. 현재 한국과 일본·러시아·싱가포르 등 4개국 구조대 237명이 생존자 구출작업을 벌이고 있다.

구조활동을 돕다가 재난 현장에서 만난 배고픈 젖먹이들에게 자신의 젖을 물린 여자 경찰관의 ‘모정’도 감동을 자아냈다. AFP통신은 18일 최근 출산한 20대 여자 경찰관 한 명이 피해 현장에서 발견된 아기들에게 자신의 젖을 물려 ‘영웅’으로 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경찰관은 지진으로 집을 잃은 아기 3명과 무너진 고아원에 갇혀 있던 5명 등 총 8명의 아기에게 자신의 젖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 수립 후 최대 재해 기록=사망자가 18일로 3만여 명을 넘었다. 매몰자가 많아 최소 5만 명을 넘을 전망이다. 물론 1976년 발생한 탕산(唐山) 대지진 때의 사망자 24만2000명에는 크게 못 미친다. 그러나 지진 피해자는 1000만 명에 가까워 역대 최다 기록이다. 피해 범위도 남한 면적(9만9000㎢)보다 넓은 10만㎢ 정도로 사상 최대다. 동원된 군 구조 병력도 가장 많다. 중국 정부는 18일 “현재 13만여 명의 병력이 동원돼 구조활동 중”이라고 밝혔다. 동원된 의료진도 3만4000여 명, 응급 구호차량 운행 횟수는 1만2867회로 역대 어떤 재해 때보다 많다. 재해 지역에 공수부대가 동원되고 공중으로 구호품이 제공된 것도 처음이다. 진앙지였던 원촨 등 일부 지진 지역은 도로가 두절돼 동원된 공수부대원 4300여 명 중 상당수가 공중 낙하로 투입됐다. 구호품과 구호 모금액도 가장 많다. 중국 정부는 18일 오전 현재 약 60억2300만 위안(약 8976억원)의 구호자금과 구호품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금이 초기 단계여서 최종 모금액은 수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정보기술이 모금에 큰 역할=차이나모바일과 차이나유니콤 등 이동통신회사에서 ‘106999301’ 모금 전용 전화번호를 개설해 휴대전화 사용자가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방식으로 1위안(약 150원)에서 2위안까지 소액 성금을 모금하고 있다. 수십만 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이 틈을 이용해 휴대전화 모금 서비스를 사칭한 사기도 극성이다. 톈진(天津)시 공안당국은 17일 6개의 모금 사기 전화번호를 적발해 이들의 번호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일부 한국인이 쓴 ‘지진 참사는 티베트 탄압의 대가’라는 등의 글 수십 개가 중국어로 번역돼 17일 중국의 인터넷 사이트(free.21cn.com)에 실려 중국인을 자극하기도 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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