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중견기업] ‘태양전지’로 밝은 미래 충전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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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가 방진복을 입고 태양전지 공정 장비 앞에 서 있다. [사진=김성룡 기자]

황철주(51) 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5년 후면 태양에너지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1995년 반도체 공정 장비를 만드는 벤처기업을 창업한 이래 10여 년간 반도체와 LCD 제조 장비의 국산화에 앞장선 인물이다. 그런 그가 2년 전부터는 태양전지 제조장치에 눈을 돌렸다. 반도체 장치 기술을 응용해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실리콘 태양전지 제조장치를 개발했고, 최근엔 인도에 합작공장 설립을 준비 중이다.

그는 “2013년이면 태양에너지 생산 원가가 석유를 채취해 쓰는 비용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현재 태양에너지는 태양열을 모으고 이를 에너지로 활용하는 장치를 만드는 데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 이 때문에 태양에너지가 청정에너지라는 걸 알면서도 이를 실제로 활용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유럽을 비롯해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 등이 태양광을 비롯한 대체에너지 의무 사용 비율을 높이고 있다는 점을 들며 태양광 시대가 더 빨리 개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태양에너지를 활용하는 태양전지와 이를 만드는 장치를 모두 만든다. 태양전지는 실리콘을 활용해 만든 얇은 유리판이다. 일반 창문의 유리와 비슷하지만 태양에너지를 흡수하는 표면 처리 기술이 핵심이다. 태양전지 장치는 유리판 같은 태양전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장비다. 황 대표는 “태양전지의 두께를 얇게 하고 에너지 변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경쟁력”이라며 “태양전지는 물론 장치까지 제작하는 일괄 기술을 갖고 있는 곳은 드물다”고 강조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태양전지 분야에서 4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황 대표는 “태양전지 사업은 이미 연평균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환경오염과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성장폭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현재 주력 상품은 반도체와 LCD 장비다. 이를 하이닉스나 도시바, LG디스플레이나 소니 같은 국내외 반도체와 TV 업체에 주로 판다. 이 분야에서 주성엔지니어링은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가 최근 60나노급 메모리 양산에 나섰지만 주성엔지니어링은 이미 40나노급의 메모리 양산에 필요한 장치를 개발해 두고 있다. LCD의 경우 삼성이나 LG전자가 현재 8세대 생산라인을 가동 중이지만 주성엔지니어링은 10세대 생산라인에 들어갈 장치의 개발을 완료했다. 황 대표는 “하지만 태양광 전지가 대중화되면 반도체·LCD 장비 매출액은 태양전지에 금세 역전당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황 대표는 창업 당시부터 남들과 다른 차별화 전략을 추구해 왔다. 그가 반도체 장비 시장에 뛰어들어 최초로 개발한 제품도 기존과는 다른 방식이었다. 기존 장비는 웨이퍼에 레이저를 쏴 표면을 파낸 후 회로를 쌓는 기술이 주류였다. 하지만 주성엔지니어링은 이와는 전혀 다른 화학증착식 장비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기존 방식보다 웨이퍼에 불순물 없이 균일하게 회로를 증착시키는 데 훨씬 뛰어났다.

이 회사는 창업 후 줄곧 매출액의 20%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전체 인력의 50%를 연구인력으로 유지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황 대표는 “중소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결국 차별화된 기술력과 창조적인 제품뿐”이라고 말했다. 연구개발비와 연구인력을 일정 비율로 유지하는 것도 미래에 대한 투자인 동시에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는 “태양광 시대에는 더 이상 후발 업체가 아닌 선도 업체가 되겠다”며 “차별화된 기술력을 계속 쌓아갈 것이므로 이건 꿈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라고 말했다.

글=장정훈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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