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說 파문-수사범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전직 대통령 비자금의혹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관련자 소환과 함께 계좌추적작업을 동시에 벌이는등 수사에 박차를 가해 이번 수사가 어디까지 번져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다짐하고 있다.그러 나 검찰은 야당이 주장하는 4,000억원 비자금설이나 함승희(咸承熙)변호사가 제기한 정치 비자금에 대한 수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현재로서는 수사 착수를 위한 혐의가 없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이번 수사는 박계동(朴啓東)의원이 주장한 4,000억원 비자금설중 실체가 확인된 300억원의 전주(錢主)와 조성경위를 확인하는 선에서 머무를 공산이 크다.실제로 검찰은 21일신한은행 전서소문지점장 이우근씨의 실명제 위반혐 의와 관련,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으면서 압수수색 장소를 박의원이언급한 신한.동화은행및 상업은행 효자동 지점만으로 국한시켜 놓은 것도 이를 뒷받침해주는 대목이다.
19일 총리주재 관계장관회의의 결정처럼 이번 수사는 은감원 조사→고발→수사착수라는 형식적인 모양새를 갖추면서 모든 가능성에 대해 외견상 문을 열어놓고 있는 셈이다.그러면서도 수사관계자들은 내심 실제 전주가 정치인보다 사채업자 또는 이들의 대리인이거나 제3의 인물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하고 있다.
검찰은 이같은 추론의 근거로 최근 기업인수 과정에서 드러난 시중의 현금동원력을 꼽고 있다.
그러나 이우근씨가 전주를 알고 있을 경우 이번 수사는 예금계좌 추적을 통한 간단한 확인작업을 거친뒤 싱겁게 끝날 수도 있다. 전주가 확인된뒤 진행될 자금 조성경위에 대한 수사는 전주의 직업에 따라 정치자금법이나 탈세등의 위반 여부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는 기계적인 작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명예를 걸고 성역없이 수사를 벌이겠다고 밝히고 있으나이같은 각오와 결의는 결국 전주의 실체및 자금조성 경위를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까지 밝혀내는가에 따라 입증될 것으로 보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