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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공기업 CEO 교체‘올드 보이’ 안식처 되나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2호 14면

“L씨가 도대체 누구야?”

지난 2월 증권선물거래소의 새 이사장을 뽑는 공모 과정에서 L모씨가 유력하다는 소문이 돌자 여의도 증권가는 술렁였다. 증권거래소 이사장이라면 한국 자본시장의 얼굴에 해당하는 요직이지만, 정작 여의도에서 L씨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64세인 L씨는 외환위기 전 모 은행의 상무를 지내다 이후 한 소형 증권사의 사장을 맡은 뒤 6년 전 금융계를 떠난 인물이었다.

“그렇다면 거래소 이사장을 맡기엔 부족한 커리어가 아닌가”라는 게 여의도 증권가의 중론이었고, 예상대로 그는 낙마했다. 그런데 곧이어 있은 금융감독원장 선임 때도 L씨는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됐다. 뭔가 든든한 배후가 있다는 게 확인된 셈이었다. 결국 K대를 나온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청와대 인사라인에서 각별히 신경을 쓰는 인물이란 쪽으로 증권가의 정보는 집약됐다.

요즘 증권가에서 L씨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L씨를 낙마시킨 탓에 증권거래소가 검찰의 표적 수사를 받게 됐다는 흉흉한 얘기까지 나돈다. 그가 이번에는 꼭 한자리를 하게 될 것이란 게 증권가의 관측이다. 정부의 공기업 최고경영자(CEO) 물갈이 조치로 공석이 된 우리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두고 하는 소리다.

지금 공기업 CEO 시장에는 그야말로 ‘큰 장’이 섰다. 금융 쪽에서 우리금융지주와 산하 3개 은행을 시발로 산업은행·수출입은행·한국투자공사·주택금융공사 등이 이번 주부터 줄줄이 CEO 공모 절차에 들어간다. 한국전력·가스공사·석탄공사 등 지식경제부 산하 공기업들도 뒤를 잇는다. 그 자리가 90여 개나 된다.

새 정부가 대대적인 공기업 CEO 교체 작업에 들어간 명분은 ‘공기업 개혁’이다. 정부는 민간 전문가 우대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시장은 별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새 정부 출범의 공로자나 여기에 줄을 댄 사람들이 이미 구름처럼 포진해 있다는 소리가 나온다. 게다가 정부는 공기업 CEO의 연봉을 차관급으로 깎겠다고 공언했다. 그렇다면 젊고 유능한 인재들은 올 리가 없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결국 공기업 CEO 자리는 센 줄을 잡은 ‘올드보이’들의 안식처로 전락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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