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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도 大지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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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호 13면

쓰촨 대지진이 일어난 그날, 한국의 기상청도 분주했다. 공휴일(석가탄신일)이었지만 5명이 비상근무를 했다. 2~3분에 한 번꼴로 전화가 울렸다. “사무실 벽에 설치한 에어컨이 떨어져 일단 빌딩 밖으로 대피했는데 이제 어떻게 하면 좋으냐” “내가 사는 곳이 ○○시인데 이곳은 안전하냐”는 등 중국에 사는 교민들의 다급한 물음이었다.
“중국 방송을 알아듣기 어려우니 한국으로 전화하신 거죠.” 세계화되면서 앞으로는 이런 일이 잦을 것이라고 민 관리관은 말했다.

민경식 기상청 지진관리관 인터뷰

-중국에서 큰 지진이 났는데 우리나라에 영향은 없습니까.
“지난해 1월 오대산에서 지진(규모 4.8)이 났을 때도 서울에서는 전혀 못 느꼈거든요. 이번 지진이 준 진동은 그때의 10분의 1 수준이고요. 앞으로 지진이 일어날 확률에는 영향을 주지 않느냐고요? 전혀요. 규모 7.9의 대지진이라고 하더라도 지구 전체의 에너지로 보면 미미하죠. 한강에서 물을 한 컵 떠낸다고 해서 홍수 위험이 늘거나 줄겠습니까.”

-그럼 한국은 계속 지진 안전지대로 봐도 됩니까.
“지구의 껍데기는 여러 개의 판이 짜깁기하듯이 물려 있고 이 판이 서로 마찰을 일으키면서 그 경계에서 지진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판의 경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지요. 하지만 1976년 중국 탕산(唐山)에서 이번 쓰촨 지진처럼 규모 7.8의 대지진이 일어나 24만 명이 사망했는데, 탕산은 판 내부거든요. 1800년대 미국 찰스턴·뉴마드리드에서도 규모 7 이상으로 추정되는 대지진 기록이 있는데 모두 판 내부고요.”

-우리나라에도 규모 7 이상의 지진이 올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이론적으로는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판 내부에 축적된 에너지가 터지면서 지진이 일어나는 경우지요. 이런 지진은 중국이나 우리나라나 일어날 확률이 똑같습니다. 우리 국토가 중국보다 작다 보니 발생 빈도가 낮을 뿐이죠. 최근 100년 동안 큰 지진이 없었다지만, 100년은 짧은 기간입니다. 2000년 동안의 기록을 보면 규모 6.7~7의 지진이 여러 번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신라 때 집이 무너지고, 100명이 사망한 기록도 있습니다. 98년 원자력연구원에서 당시의 집을 재현해 실험해 봤더니 쉽게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상당히 큰 규모의 지진이었을 겁니다. 당시 지진 등 자연재해는 왕의 통치력과 직결돼 있었기 때문에 기록을 축소하면 했지 과장했을 리는 없다고 봅니다.”

-서울에도 큰 지진이 올 수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지진 기록은 전국에 고루 분포돼 있습니다. 모든 건 확률의 문제지요. 서울은 인구가 밀집돼 있고 시설이 많아 피해를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88년에 6층 이상, 2005년에는 3층 이상 건물에 내진(耐震) 설계를 하도록 법을 제정했기 때문에 고층 빌딩은 규모 6의 지진에도 큰 피해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20년 이상 된 아파트나 오래된 단독주택은 상당히 피해가 클 겁니다. 굳이 따진다면 큰 지진은 경주 쪽에 많았던 편입니다. 활동하고 있는 단층과 연결돼 있어 지질학적으로도 지진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그럼 고리·경주(월성)에 있는 원자력발전소가 위험하지 않습니까.
“우리나라에서 지진 대비 연구가 거의 없었던 70년대 중반에도 원자력 분야에서는 지진 연구가 활발했습니다. 저도 원자력연구원에서 지진 분야를 담당했었고요.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소는 1만 년 동안 지진을 견딜 수 있게 설계돼 있습니다. 쓰촨 대지진 규모로 일어난다 해도 가동이 일시 중단되는 정도입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지진이 와도 발전소가 붕괴돼 방사능이 누출되는 일은 없습니다.”

-지진을 미리 알 수는 없나요. 지진이 오기 전에 자기장 변화로 ‘지진운’이라는 구름이 생기고, 쓰촨 대지진이 발생하기 직전에 두꺼비가 대규모로 이동했다는데요.
“사람들은 신비한 현상을 좋아하지요. 탕산 대지진 며칠 전에도 말들이 날뛰었다는 기록이 있어 중국에서는 이에 관해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지진과의 관계를 밝히지 못했죠. 지진 지역의 자기장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맞습니다만, 이것만으로 지진을 예보하긴 어렵습니다. 89년 미국 오클랜드 야구장에서 벌어진 월드시리즈 때도 큰 지진(73명 사망)을 예측하지 못해 야구 생중계가 지진 생중계로 바뀐 적이 있을 정도니 얼마나 어려운지 아시겠지요.”

-지진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집 안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 어딘지 아십니까? 바로 화장실입니다. 구조상 파이프가 많이 들어 있어서 무너지는 것을 막아주고 공간을 확보할 수 있지요. 지진은 한 번에 10~20초 정도로 짧습니다. 일단 진동을 느끼면 화장실로 대피하시고, 잠시 멈추면 두 번째 충격이 오기 전에 얼른 가스를 잠그고 운동장·공원 등 탁 트인 공간으로 대피하십시오.”

2006년 10월 북한 핵실험 이후 정부는 지진 정책을 강화했다. 지진 담당 기관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기상청으로 바꾸고, 지진관리관을 기용했다. 땅을 파고 묻어 측정함으로써 정확성을 높이는 시추공 지진계(대당 3억원)를 늘리고, 울릉도 해역에 25억원을 들여 해저 지진계를 설치했다. 기존 지진계는 대당 5000만~8000만원이었다. 올해부터 2012년까지 지진 관측망을 계속 강화할 예정이다.

 



민경식 지진관리관은…
최초의 지진 관련 고위직 공무원(국장급). 서울대 지질학과 졸업, 동 대학원 석사. 미국 텍사스 SMU 지진학 박사. 한국원자력연구원 통제정책실장,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통제정책부장을 거쳐 지난해 7월 기상청 지진관리관에 임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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