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의 정답은 ‘나답게 입는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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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호 19면

도대체 어떻게 입어야 하는 걸까? 어떻게 입어야 멋있어 보이느냐 말이다. 나도 가끔 이런 질문을 던져 본다. 그러면 대개 ‘나답게 입는 것’이라는 답이 물에 잠겼다 떠오르는 돌멩이처럼 올라온다.

며칠 전, 엘리베이터에 비친 내 모습이 마음에 들어 배시시 웃었다. 그때 나는 유니클로의 스트라이프 라운드 셔츠와 동대문 구제 매장에서 산 일본 캐주얼 브랜드 다케오 기쿠치의 면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컨버스 슈즈를 신고, 명품 브랜드 멀버리의 메신저 백을 멨다. 숨기려다 밝히는 그날의 마지막 아이템은 베이징에서 산 ‘A급’ 짝퉁 시계였다. 나르시스도 아닌 주제에 나는 왜 내 모습에 스스로 만족해 웃었을까.

그건 그날 복장이 나다웠고, 객관적으로 봐도 멋있는 축에 든다고 자평했기 때문이다. 왜 나다운가? 유니클로 매장에는 베이식 아이템이 차고 넘친다. 타고난 소심함 때문에 튀는 옷 입기를 주저하는 나한테는 고마운 브랜드다. 가격도 저렴해 내 소득에 맞는다. 동대문에서 옷을 사 입는 것도 내게 자연스럽다.

나는 기본에 충실하려 하지만 트렌드와 담 쌓고 살고 싶진 않다. 동대문에서는 한창 잘나가는 스타일을 부담 없이 살 수 있다. 설령 그 옷을 몇 번 못 입어도 돈이 크게 아깝지 않다. 살짝 모험하는 기분으로 산 동대문 옷들이 지루한 내 옷 입기에 터닝 포인트가 돼주기도 한다.

천으로 만들어진 캔버스 슈즈는 내가 좋아하기에 나다운 아이템이다. 나는 컨버스 사의 캔버스 슈즈를 몇 켤레 가지고 있다. 컨버스를 신으면 발이 바닥에 닿는다. ‘맨발의 청춘’이 되는 그 느낌이 좋다. 컨버스 슈즈는 나의 청춘을 연장해주는 도구다. 그리고 역시, 싸다. 반면 멀버리 가방은 명품답게 비싸다.

하지만 나 같은 잡지 에디터나 ‘패션 피플’들에게는 ‘샘플 세일’의 기회가 주어진다. 내 멀버리 가방 역시 여기저기 촬영 다닌 샘플이라 흠집이 있다. 그래도 내 직업적 특성 덕에 세일가로 명품 가방을 메고 있으니 불만은 제로.

중국제 짝퉁 시계는 내가 짝퉁에 대해서 너무 큰 죄의식을 가지고 있진 않기에 비교적 나답다고 볼 수 있는 아이템이다. 벌써 4년째 차고 있는데, 본전 5만원은 몇 번 뽑았다 싶을 만큼 애용했다.

물론 시계 브랜드 홍보 담당자들을 만날 땐 슬쩍 풀어서 가방에 넣는다. 곧 이 ‘진퉁’ 스위스 시계를 구입해서 죄의식에서 해방될 생각이다.
나답게 옷 입는 방법은 또 있다. 마음에 안 들어도 본전이 아까워 억지로 입는다. 그런 날은 본전 뽑는다는 생각, 실패한 구매 행위를 순순히 인정할 순 없지 않으냐 하는 의지로 견딘다. 그리고 꾀죄죄하게 보이지 않는 한도 안에서 남들보다 옷을 덜 빨아 입는다. 서른일곱 해 동안 ‘엄마’라는 여자에게 신세지고 있다.

내가 빨아 입진 못할망정 아직 입을 만한 옷을 세탁기에 올려둬 그녀를 더 고단하게 만들 순 없다.
‘한국 남자는 옷을 못 입는다’는 말은 적어도 요즘 20대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거리에는 남자 패션지 화보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스타일리시한 젊은이로 넘쳐난다. 그런데 이상하게 내 눈에는 그리 멋있어 보이지 않는다. 왜일까? 나는 그것을 ‘자기답게’ 입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얼마나 당신답게 옷을 입으시는지.


현직 남성 잡지 기자인 송원석씨는 ‘신사, 좀 노는 오빠, 그냥 남자’를 구분 짓게 하는 ‘매너’의 정체를 파악, 효과적인 정보를 소개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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