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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칼럼>경쟁이 뭔지 모르는 投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최근 3대 투자신탁회사들은 은행과의 업무 제휴에서 구청민원서류 발급대행에 이르기까지 온갖 대고객서비스를 시작했다.이는 내년으로 예정된 증권사들의 투신업 진출에 대비,고객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좋게 평가할 수도 있다.그러 나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자기 처지를 모르는」짓임을 알게 된다.
투신에 돈을 맡기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증권사의 단기매매 권유에 신물이 나지만 그렇다고 스스로 종목을 분석할 지식이나 시간이 없으니까 「알아서 잘 굴려달라」는 뜻이다.
그까짓 민원서류야 해주면 고맙긴 하지만 무엇이 중요한지,투신이란 독특한 영업행태가 왜 존재하는지,경쟁이 치열해진다고 말은하지만 정작 무엇으로 경쟁을 해야 하는지를 전혀 모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증권사의 투신업 진출이나 외국 투 신사의 국내진출이 신선한 충격이 되기를 바라는 것도 바로 이런 의미에서다.
투신업의 미래를 이야기하면서 국민경제에 필요한 장기산업자금을공급한다든지 통화정책 수행에 기여한다는 등의 주장을 펴는 것은그것이 부분적으로 사실이라 하더라도 공허한 넋두리에 불과하다.
「돈불리기 하나는 끝내준다」고 인정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있는가. 마음먹기에 따라 돈불리기 전문가로서 할 부대서비스가 얼마든지 있다.가령 펀드들을 단순히 「주식형」「채권형」으로 나누지 말고 「성장형」「공격형」 또는 「첨단산업형」「정보통신형」등으로 구분하면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 다.
나아가 「공격형」펀드가 이름대로 위험이 높지만 수익률도 월등히 높다는 운용결과를 투자자들에게 내놓는다면 투신업계의 위상이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또 『퇴직금으로 받은 1억원을 「국공채형」에 넣을테니 매달 생활비 100만원씩 10년 동안 꺼내쓰고 남는 돈은 손자 넷에게 나누어달라』는 고객을 위해 무슨 좋은 상품이 없을까.
다양화시대에 필요한 것은 자기만이 제공할 수 있는 독특한 가치를 끊임없이 개발하는 태도다.투자자들이 투신사에 바라는 것이무엇일까 다시 생각해보기 바란다.
〈전문위원.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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