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교원평가제 표류 더는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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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교원평가제 도입을 위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끝내 무산됐다. 법안은 17대 국회 폐회와 함께 이달 말 자동 폐기된다. 줄곧 교원평가제 도입을 주장해온 우리로서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국회에 제출된 지 1년6개월이 넘었지만 법안에 대한 토론이나 심의가 제대로 진행되기나 한 건지 의심스럽다. 제도 도입에 반발하는 전교조 눈치를 보느라 국회가 본연의 의무를 저버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교원평가제의 목적은 교사의 질과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평가를 통해 부적격 교사를 걸러내고 우수 교사를 장려하자는 것이다. 이런 취지로 정부가 제도 도입 방침을 밝힌 지도 4년이 넘었다. 그러나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일부 학교에서 시범 운영을 하고 있을 뿐 전면 시행은 또 늦춰지게 됐다. 정부나 국회가 반발하는 전교조에 질질 끌려다닌 탓이다. 평가결과가 인사나 보수에는 반영되지 않고 교사의 자기계발 자료로만 제공되는 반쪽짜리 교원평가제인 데도 이 모양이다.

교원평가제 확대는 세계적 추세다. 미국·일본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도 교사 평가는 가혹할 정도다. 자질과 능력을 평가해 수당과 성과급을 차등 대우하는 게 중국 교직사회다. 연봉 차이가 2배 이상 나는 일이 흔하고 수업수당은 10배까지 차이가 난다고 한다. 중국 정부는 올 들어 이런 격차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 특급교사에게 주는 수당을 275%나 인상했다. 일본도 교사 평가에 엄격하다. 올해부터 지도력 부족 교사를 골라내 1년간 연수를 받게 하고, 나아지지 않으면 면직처분하는 제도를 시행한다.

한국도 교사의 질을 담보하는 교원평가제 도입을 더 미뤄선 안 된다. 국가 경쟁력의 원천인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18대 국회는 다시 입법 절차를 밟는 데 추호의 미적거림도 있어선 안 된다. 내년 3월부터 교원평가제를 전면 실시하는 데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교원평가 방안과 지표도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단계적으로 부적격 교사의 퇴출이 가능하도록 문을 열어놔야 한다. 그게 교원평가제 도입 취지를 제대로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