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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라·동현 부자의 부전자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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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중앙요즘은 연예인 가족의 유명세가 마치 트렌드 처럼 유행이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케이스는 바로‘김구라 아들’동현이다. 이들 부자는 이름에 얽힌 사연부터 남다르다. 김구라는 본명이 김현동인데, 그의 아버지는 손자를 보자 마자 아들과 반대로 살라고‘현동’을 뒤집어 ‘동현’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무명 개그맨으로 고생하는 아비의 길을 따르지 말라는 간곡한 표현이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바람과 달리 손자는 제 아버지를 쏙 빼닮았다.

이 붕어빵 부자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2년 전, ‘불량아빠클럽’에 동현이가 출연해 솔직하고 엉뚱한 화법으로 인기를 끌면서부터다. 그 후로 꾸준히 방송에 얼굴을 내밀더니 최근에는 부자가 함께 CF를 촬영하는 등 부쩍 주가를 올리고 있다. 연예가 일각에서는‘아빠가 아들에게 묻어 가며 광고 모델이 됐다’는 농담을 주고받을 만큼 동현이는 김구라 못지않은 방송가 스타다. 그래서일까. 두 사람을 함께 만나던 날도 김구라의 스케줄보다 아들 동현이의 촬영 일정을 맞추기가 더 힘들었다.

“우리 아빠 CF 많이 찍고 차 사게 해 주세요!”

데뷔 당시 동현이의‘포스’는‘독설’로 인터넷 을 뒤흔들었던 아빠만큼이나 강렬했다. 바가지 머리에 걸걸한 목소리로“아빠 얼굴 닮기 싫다”고 폭탄선언(?)을 하거나, 소원이 뭐냐는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돈 많이 벌어서 집이랑 땅, 차 사고 싶다”고 말해 시청자들을 웃게 만들었다. 아홉 살 꼬맹이의 거침없는 발언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순식간에 화제가 됐고‘국민 남동생’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인기를 끌었다.

사실 동현이의 방송 출연은 단편적인 이벤트로 기획됐었다. 하지만 첫 방송이 나간 후 여기저기서 출연 요청이 쇄도했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방송국에 드나드는 날이 많아졌다. 주위에서는‘너무 어린 나이에 방송물이 드는 것 아니냐’며 염려했지만 김구라는 비호감 연예인의 대명사였던‘욕사마’김구라가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건 전적으로 아들 동현이 덕분이다.

아들의 방송 활동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기적으로 활동시킬 계획을 세워 둔 것도 아니고, 그저 아들이 즐거워하면 그뿐이라 여겼다. “지금이야 어리고 귀여우니까 방송에서 동현이를 원하지만, 그런 이미지가 오래갈 수 있는건 아니잖아요. 몇 년 지나서 귀엽고 엉뚱한 매력이 없어지면 그때는 그만두고 학교에 충실해야죠. 하지만 그때까지는 시켜보고 싶어요. 하고 싶어서 안달 난 애들도 많은데 굳이 잘 하고 있는 아이를 그만하라고 등 떠밀 이유는 없으니까요.”

동현이는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이다. 예전 같으면 한창 뛰어놀 나이지만 요즘 공부 좀 한다는 아이들은 이미 학원이며 학교 공부로 바짝 조이기 시작하는 시기다. 김구라 역시 학부모 입장에서 초조한 마음도 들지만 동현이가 스스로 원할 때까지는 방송 출연을 반대하지 않을 생각이다. 아내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유를 갖고 있는 편이어서 공부 스트레스를 주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김구라가 가끔‘너 공부 안 하냐’고 넌지시 물어보면 엄마가 득달같이 나서서“낮에 학교에서 공부 많이 했으니까 괜찮아”라며 감싸준다.

두 사람은 오히려 동현이에게“방송 활동을 계속하고 싶으면 연기로 전업해 아역 배우로 나서는 게 더 유리하다”는 조언까지 해줬다. 사실 언론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최근 정식으로 아역배우 오디션도 봤는데 전문적으로 연기를 배운 아이들보다는 아무래도 부족했던지 불합격했단다.

“저도 그렇고 아내도 애 잡고 안달복달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이제 겨우 열한 살인데 아직 공부 부담이 그렇게 심한 나이는 아니잖아요, 공부 잘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부모가 자꾸 몰아가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라고 봐요. 더 크기 전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하게 내버려 둬야죠.”

중요한 것은 동현이가 아직 연예 활동을 즐거워한다는 사실이다. TV에 나오다 보니 아무래도 또래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고 친구들 앞에서 제법 어깨에 힘주는 재미도 있어서다. 인터뷰 하던 날도 사진 촬영 서둘러 끝내고 KBS‘ 스타 골든벨’녹화를 위해 아빠보다 먼저 자리를 떠야 했지만, “나, 인터뷰 더 해도 되는데”라며 서운해 하는 모습을 보니 이런 일들이 어지간히 즐거운가 보다.

이날도 만만치 않은 입담을 과시하며“요즘은 아빠 없이 단독으로 출연하는 게 더 좋다”고 말하거나 “방송작가 누나들이 우리를 더 많이 섭외해 줬으면 좋겠다”는 어록을 남겼다. 넙데데한 웃음을 지으며“우리 아빠 CF 많이 찍게 해주세요”라며 엄지를 치켜세우는 아들. 그 모 습을 보는 김구라의 눈빛은‘독설’과는 전혀 거리가 멀어 보인다.

동현이의 바람 덕분일까. 두 사람은 유명세에 힘입어 동반 CF를 찍었고『김구라 김동현 부자의 부자경제 교실』이라는 책도 냈다. CF는 이해가 가지만 갑자기 경제 관련 책이라니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알고 보니 초등학생에게 경제 상식을 알려주는 교재란다. 사회 교과서에 수록될 만한 경제 관련 내용들을 아들이 질문하고 아빠가 대답해 주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돈 개념 철저한 김구라 부자와 제법 잘 어울리는 아이템이다.


부족함을 느끼게 하는 짠돌이식 경제 교육법

사실 김구라는 돈에 대한 시각이 다른 연예인들과는 좀 다르다. 긴 무명 시절을 겪으며 경험한 가난 때문인지 남부럽지 않은 소득을 올리면서도 한 푼도 허투루 쓰는 법이 없다. 젊은 시절 돈이 없을 때에도 소위 말하는‘지름신’의 유혹을 견디지 못한 적도 많았었는데 요즘은 오히려 더 알뜰해졌다.

“20대 때는 옷 사는 걸 너무 좋아해서 무리하게 돈 쓴 적도 많았는데 요즘은 안 그래요. 바빠서 쇼핑을 못 하니까 특별히 사고 싶은 것도 없어요. 얼마 전에 구두 한 켤레 사려고 백화점에 갔는데 어지간하면 40만원이 넘더라고요. 너무 비싸서 그냥 왔어요. 물론 이제는 돈이 없어서 못 사는 게 아니지만 그렇게 쓰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무명 시절을 함께 겪은 아내도 살뜰한 살림 솜씨로 유명하다. 언젠가 김구라가 출연료 대신 받은 상품권을 아내에게 선물했는데 잘나가는 명품 가방을 사고도 남을 큰 액수였다. 하지만 그녀는 상품권 액면가의 1/3도 안 되는 가방을 사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사실 이들이 경제적으로 여유를 갖게 된 것은 불과 3~4년 전이다. 동현이가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만 해도 작은 원룸에서 세 식구가 살았다.

동현이네 유치원에서 자기 방 정리하는 숙제를 내줬는데 동현이 방이 따로 없는 터라 원룸 가운데 금을 그어 한쪽을 자기 방이라고 생각하고 청소하라고 시켜야 했다. 아빠 입장에서는 미안하고 부끄러운 기억이지만 한편으로는 아들이 그 기억을 계속 갖고 살아가주길 바란다.

“어려서부터 동현이 외삼촌이나 이모들이 잘 챙겨 줬고 좀 컸을 때는 저도 슬슬 벌이가 괜찮아져서 가난에서 벗어났어요. 그러다 보니 이 녀석은 경제적으로 힘들어 본 경험이 없죠. 물론 일부러 어렵게 살 필요는 없고, 예전에 고생했다고 지금도 어렵게 살아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부족함이나 어려움을 좀 아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마음이 들어요.”

아직 전세 아파트에 사는 김구라는 시계를 차지 않고 골프에도 취미가 없으며 술을 먹어도 비싼 술집보다 얼큰한 찌개에 소주잔 비우는 분위기를 더 즐긴다. 밤늦게 술 먹고 귀가할때 쓰는 택시비를 빼면 돈 쓰는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에 한이 맺혔기 때문인지 아무래도 아들에게는 뭐든 부족함 없이 해주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 노릇 잘하는 것 같아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잘하는 일인가 싶어 고민도 된단다.

“늘 부족함 없이 받기만 하는 게 과연 아이한테 좋은 일인지 모르겠어요. 동현이가 출연료 받으면‘어차피 아들이 번 돈이니까 이 녀석한테 쓰자’싶은 마음에 해달라는 것들 다 해 줬거든요. 그러다 보니 다른 아이들보다 돈 개념이 좀 없는 것 같아요.”

다행히 군것질 등으로 용돈을 낭비하거나 부모 몰래 돈을 갖다 쓰지는 않는다.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없으면 왕따 당한다는‘닌텐도’ 정도만 욕심을 부릴 뿐, 용돈도 가끔 인터넷 게임 사이트에서 쓰는 사이버 머니 정도면 만족한단다. 하지만 동현이는 돈을 많이 써서 문제가 아니라 돈 쓰는 법을 모른다는 것이 문제였다. 심지어 돈을 잘 안 갖고 다니면서 외상 거래도 했단다. 동네에서 제법 알려진 얼굴이니 맨손으로 가게를 찾아도 아빠 얼굴이 곧 명함이었던 것. 돈을 떼어먹은 경험은 없지만 분명 좋지 않은 습관이었다.

가난을 물려주기는 싫지만 그렇다고 돈 개념 없는 아들로 키울 마음은 없었다. 경제 교육을 시켜야겠다고 마음먹고 출연료는 전부 적금으로 묶고 어린이 펀드에 가입해 동현이 스스로 관리하게 했다. 아울러 틈틈이 아들과 솔직하게 돈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았다. 돈이 없을 때는 없다고 말하고, 영화배우 아무개가 돈을 많이 버는 건 아빠보다 인기가 많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툭 터놓고 했다. 더 나아가 세금이나 무역, 돈 버는 방법 등 경제적인 얘기도 차근차근 설명해 줬다.

‘ 나 때문에 아이가 너무 일찍 세상에 눈을 뜬 것 아닌가’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그래도 돈의 소중함을 알게 해줄 수 있는 기회라 믿고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섰다. 코흘리개 시절부터“올해는 아빠가 프로그램 많이 하게 해 주세요”“돈 벌어서 제 선물 많이 사 줬으면 좋겠어요”라며 맹랑하게 외치던 꼬맹이가 용돈 기입장을 쓰면서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게 된 건 모두 이런 노력 덕분이다.

“언젠가는 알아야 할 얘기들이잖아요. 어린아이한테 무슨 돈 얘기냐고 핀잔 주는 사람도 많은데 저는 원래 꾸미고 숨기는 체질이 아니거든요. 친구처럼 다 털어놓는 거죠. 나중에 동현이가 조금 더 커서‘그래도 아빠랑은 말이 잘통해’라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이들 부자는 남다른 입심부터 외모에 이르기까지 화면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이 닮았다. 여기에 짠돌이 아빠의 꼼꼼한 경제 활동 노하우를 차근차근 전수받았으니 앞으로는 입심으로 성공하고 알뜰하게 사는 모습까지 더욱 닮아 갈 듯하다.

취재_이한 기자 사진_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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