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초 빨리 도착하면 1명 더 살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중국 쓰촨성을 강타한 지진으로 13일 몐주시 한왕전의 건물이 무너져 자동차들이 잔해더미에 깔렸다. [한왕전(쓰촨성) AFP=연합뉴스]

진앙지인 쓰촨(四川)성 원촨(汶川)현으로 가는 길은 모두 막혔다. 산간 지역인 원촨현과 최대 피해 지역으로 꼽히고 있는 베이촨(北川)현은 비탈을 끼고 만든 도로가 많은 곳이다. 바위산에서 떨어진 암석이 길을 덮자 통행이 완전히 끊겨 버린 것이다.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이 현지에서 보내온 화면에 따르면 몸이 성한 성인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걸어서 피해 지역을 탈출하고 있다. 하지만 부상당하거나 몸이 불편한 주민들은 15시간 이상 고립 상태에서 극심한 굶주림과 추위에 떨고 있다.

중국 정부는 13일 재난 지역에 인민해방군과 무장경찰을 대거 투입했다. 정부 관계자는 “인민해방군과 무장경찰 2만여 명이 현지에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추가로 3만여 명의 인민해방군이 이동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군 당국은 “모두가 합심하면 성이 된다(衆志成城)” “1초 빨리 도착하면 1명을 더 살릴 수 있다”며 신속한 구호 총력전을 독려하고 있다. 이날 오전 재난지휘본부는 육로 접근을 접고 공수부대를 투입하기로 결정했으나 오후부터 원촨 일대에 폭우가 내려 발을 구르고 있다. 공수부대 6000명은 청두(成都) 슈앙류(雙流)공항에서 대기 중이다.

지휘본부는 구호품을 짊어진 구호대원들을 오토바이에 태워 피해 현장에 보내고 있다. 하지만 오토바이로도 바위에 막힌 길을 돌아가기 어려워 피해 구호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민간 구호단체도 팔을 걷어붙였다. 중국 홍십자회(적십자회)는 “한 곳이 재난을 당하면 팔방에서 돕는다(一方有難 八方支援)”는 구호 아래 전국 모금에 들어갔다. 홍십자회 측은 “재난 현장에는 이불과 먹을 것, 식수·의료용품·소독약 등이 태부족하지만 길이 끊겨 전달이 어려운 상태”라며 성금 모금에 나서고 있다.

홍콩 적십자회는 지진이 일어나자 즉각 중국 홍십자회를 통해 성금 42만 위안(약 6300만원)을 피해 지역에 전달했다. 이날까지 홍십자회에는 6500만 위안(97억원)의 성금이 모였다. 허베이(河北)·산둥(山東)성 홍십자회도 모금운동에 들어갔다. 노동자들의 권익단체인 중화전국총공회도 12일 밤 피해 지역에 100만 위안을 지원키로 결정했다.

중국의 영화인들도 모금운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영화배우 류더화(劉德華)는 10만 위안을 중국 빈곤구제기금회에 전달했으며, 영화배우 장궈리(張國立) 부부와 영화감독 펑샤오강(馮小剛)도 각각 10만 위안과 20만 위안의 성금을 기탁했다.

구호품 운송이 절박한 상황에서 항공사들도 구호 대열에 동참했다.

중국국제항공(에어 차이나)은 쓰촨성과 산시(陝西)성으로 구호물자와 의료진 300여 명을 태운 항공기 3대를 보냈다. 동방항공과 남방항공도 구호물자 운송에 자사 항공기를 제공했다.

베이징=정용환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