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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OB김상호 방출 설움.눈칫밥 5년 힘찬부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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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지난 90년 백인천감독이 LG 사령탑이 됐을 때 「눈에 번쩍띄는」선수가 있었다고 한다.
올시즌 홈런왕과 타점왕에 오른 OB 김상호였다.
백감독은 『외야수인 김상호가 발도 빠르고 힘을 앞세운 장타력을 지녀 야구선수로는 완벽한 조건을 갖췄기 때문에 한국에도 이런 선수가 있었나』하고 놀랐다고 한다.
그러나 백감독은 겨울훈련이 끝나자마자 김상호를 트레이드 명단에 올려놨다.
백감독이 김상호를 방출대상에 올려놓은 이유는 『야구에 전념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김상호는 백감독에게 『집에 일이 있어 시간을 달라』고 요청해몇차례 훈련에 빠졌는데 후일 그일이 놀기위해 잔꾀를 부린 것으로 들통났던 것.
『열심히 훈련하지 않는 선수는 필요없다』는 백감독의 원칙에 따라 김상호는 가방을 싸야 했다.
그때 백감독은 김상호를 보내면서 『너는 분명히 야구선수로 대성할 소질이 있다.그러나 나는 너의 정신자세를 뜯어고칠 시간이없다』며 내보냈다.
김상호는 OB로 이적한 첫해인 90년 14개의 홈런을 때리며2할7푼5리의 타율을 기록했고 92년엔 12개의 홈런과 3할의타율로 야구선수로서 꽃을 피우는듯 했다.
그러나 아웃코스에 약하고 찬스에 약해 「공갈포」란 별명이 따르게 됐고 93년이후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93년 타율 2할6푼4리,홈런 12개였고 지난해엔 OB 주장을 맡아 9월에 발생했던 선수이탈사건의 중심이 되며 홈런 9개와 2할4푼9리의 저조한 성적을 남겼다.
악몽같던 지난 가을이후 김상호는 다시 태어나기 시작했다.
김상호는 겨울훈련동안 『3할타자보다는 홈런타자에 주력하라』는김인식감독의 권유를 받아들였다.송재박타격코치의 주문대로 타격때왼쪽다리를 들어 스윙을 하며 몸이 앞으로 미리 쏠리는 결점을 고쳤고 스윙도 올려치기로 바꿨다.그결과 김상호 의 배트는 힘이한껏 붙게 됐고 아웃코스의 공도 잘 때려내게 됐다.
올시즌 김상호는 「천덕꾸러기」에서 팀의 해결사로 변신했다.
팀이 가장 어려웠던 지난 여름 김형석과 함께 맹타를 날리며 OB 페넌트레이스 우승의 수훈갑이 됐다.1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있었던 야구기자단 투표에서 김상호는 총 56표의 유효표중 40표의 1위 득표로 총점 510점을 획득, MV P라이벌이던LG 투수 이상훈(300점)을 제치고 MVP가 됐다.
방출의 설움을 딛고 5년이 지난 올해 재기한 집념이 점수를 딴 것이다.신인왕에는 삼성 이동수(480점)가 롯데 마해영(310점)을 제치고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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